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일수)는 2025년 11월 28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A씨(46)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입된 세금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일부 자영업자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금으로 메꾸는 '캐시백' 제도의 맹점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8월 한 달 동안 총 513회에 걸쳐 허위 결제 내역을 만들어 보조금 1148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악용한 것은 전남 광양시가 소상공인 지원과 소비 진작을 위해 발행한 '광양사랑상품권'의 운영 방식이었다.
광양시는 지역화폐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구매 비용의 10%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캐시백 재원은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된다. 당국은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였으나, A씨는 이를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물건 거래 없는 'QR코드 스캔' 만으로 범행
이 사건은 업계에서 이른바 '지역화폐 깡'으로 불리는 전형적인 보조금 편취 수법을 따랐다. A씨는 지인들을 동원해 모바일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B 업체에서 물건을 산 것처럼 꾸몄다.
실제 물품 거래는 없었다. A씨는 단순히 'QR코드 스캔' 방식을 통해 결제 기록만 남겼다. 이후 결제된 원금은 지인들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주고, 지자체가 지원하는 10%의 캐시백 금액만을 챙기는 치밀함을 보였다.
법원, "죄질 불량하나 피해 회복 고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보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역사랑상품권 제도를 악용해 계획적으로 보조금을 편취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부정 수급한 보조금 전액을 반환한 점을 참작했다.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던 B 업체 법인 역시 2심에서는 벌금 4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이번 '지역화폐 보조금 편취 사건'은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보완과 감시 체계가 시급함을 시사한다. 단순한 결제 편의성을 넘어, 부정 유통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 없이는 혈세 누수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