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스타트업을 산업 분야별로 줄 세우던 관행을 걷어내고 '도전 방식' 중심으로 심사 틀을 재편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5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피칭 무대를 열고 이 같은 변화를 선보였다. 총상금 3억7000만원이 걸린 본선에는 글로벌·기후테크·뉴커머·비기너 등 4개 부문으로 나뉜 15개 팀이 올랐다.

기존 인공지능(AI)·바이오·플랫폼 같은 기술·업종 분류 대신 창업팀이 처한 단계와 전략적 지향점에 맞춰 무대를 나눈 것이다.

글로벌 부문 대상은 로블록스 기반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게임 생태계를 개발하는 벌스워크가 받았다.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초기부터 시도하는 팀을 묶은 부문이다.

기후테크 부문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 계측 솔루션을 내놓은 엑스센트리가 대상을 차지했다.

뉴커머 부문은 외국인과 북한이탈주민 등 비주류 배경 창업가를 조명해 한국 여행·생활 AI 플랫폼 커넥트를 대상에 올렸다. 비기너 부문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조준한 20대 청년 창업팀 가운데 AI 영상 제작 플랫폼 더블제로를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굿워터캐피털, 스톰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 국내외 벤처캐피털 심사위원 8인이 팀 역량과 기업가정신, 실행 전략의 정합성을 검증했다.

선배 창업가가 후배를 밀어주는 제도도 처음 등장했다. 2025년 글로벌 트랙 대상 수상사 펄스애드의 윤거성 대표는 상금 3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며 비기너 부문 에이올로에 직접 특별상을 수여했다.

대회 수상자가 상금을 후배 팀에 내어주는 '페이잇포워드' 사례는 2012년 대회 출범 이후 15회 만에 처음이다. 마이리얼트립, 클라썸, 두들린 등 그간 배출한 220개 팀의 경험 자산이 상호 부조 네트워크로 전이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세분화된 진입 전략 중심의 배치가 장기적 기업 가치로 이어질지는 과제다. 초기부터 해외를 겨냥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현지 고객 유치와 런웨이 확보라는 실전 시험대에 서야 하고, 기후테크는 규제 승인과 장기 연구개발 자금 조달의 병목을 넘어야 한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제시한 새 선발 방식이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후속 투자 유치와 해외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동행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