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편의점과 무인 식품 판매점을 점검한 결과 33곳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고, 이 가운데 29곳이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진열하거나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29일 커피와 치킨 등을 조리해 판매하는 편의점과 무인 식품 판매점 등 전국 4531곳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집중 점검해 3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됐다.
조리식품 112건에 대한 식중독균 검사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매대 위 제품의 소비기한을 확인하고 폐기하는 일상적 관리가 상주 인력 부재와 인건비 절감 속에서 방치된 실태가 확인됐다.
무인 식품 판매점의 위생 관리 부실은 편의점보다 심각했다. 점검 대상 무인 매장 1256곳 가운데 적발된 19곳 중 18곳이 소비기한 경과 제품을 보관하거나 판매했다. 나머지 1곳은 최소 판매단위 포장을 뜯어 낱개로 판매하다 적발됐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나 무인 문구점, 무인 간식점 등은 현행법상 대부분 자유업으로 분류돼 지자체 영업신고 없이 세무서 사업자등록만으로 문을 열 수 있다. 인허가 기준이 없어 점주가 며칠씩 매장을 비우거나 발주·결제 오류만 원격으로 확인하면서 유제품·빙과류·과자류의 소비기한 점검이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편의점은 적발된 14곳 가운데 11곳이 소비기한 경과 제품 보관 및 판매로 적발됐다.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의 포스(POS) 시스템은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같은 프레시푸드의 소비기한이 지나면 결제를 자동 차단하는 타임바코드 기능을 갖췄다. 그런데도 11곳이 적발된 것은 자동 차단이 적용되지 않는 가공식품·음료·안주류·냉장 디저트 등 일반 상품군의 현장 검수가 사실상 멈춰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부실의 배경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수익성 악화 속 1인 근무를 강요받는 편의점 점포 환경이 있다. 근무자 혼자 계산과 물품 진열, 택배 접수, 튀김·커피 조리, 매장 청소까지 맡는 상황에서 수천 종에 달하는 가공식품 매대를 점검하기는 어렵다. 본사는 치킨과 커피 등 마진율이 높은 즉석조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지만, 현장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과도한 업무에 치여 위생모·마스크 미착용 등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무인 판매 모델을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홍보해 가맹점을 늘려온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도 지적된다. 본사는 자동화 설비와 결제 키오스크만 설치하면 하루 30분 관리로 월 수백만 원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점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비기한이 지나거나 냉동고 온도가 오르내리며 발생하는 품질 저하 위험은 소비자 피해와 점주의 행정처분 위험으로 이어진다.
식약처는 적발 업소에 행정처분을 내리고 6개월 이내에 개선 여부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몇 달 주기로 이뤄지는 표본 점검만으로는 빠르게 늘어난 무인 매장과 24시간 1인 편의점의 관리 사각지대를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