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개시 당일 미군 참여 규모를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글이 올라온 시각은 미 동부시간으로 16일 오후 5시4분,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6시4분이었다.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지시의 배경으로 들었다.
그는 연합훈련이 자신의 임기 중 미국에 위협을 가하지 않은 국가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비용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훈련에 많은 돈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해왔다는 취지다.다만 훈련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지금 취소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이유였다.UFS는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진행된다.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올해 대대급 이상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은 14건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UFS 당시 대대급 이상 17건과 비교하면 이미 줄어든 규모다.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이란 문제도 꺼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동참 의향을 물었으나 한국 측이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는 미국의 군사 자원이 중동에 집중된 국면에서 나왔다. 미군은 약 6개월간 이란을 폭격하며 고가의 미사일 수천 발을 소모했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전쟁에서 소진된 패트리엇 미사일은 1500발 이상이다.
현재 재고는 1700여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미국은 부족한 중동 전력을 메우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의 방공·감시자산과 해군 전력 일부를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국방부가 전술 감시 자산을 중동으로 돌리고 방공망을 철수하면서 주한미군이 북한과의 전쟁 시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NYT에 밝혔다.태평양에 배치됐던 항공모함까지 중동으로 차출되면서 서태평양 항모 전력에 일시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그 폴링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이 태평양을 서반구 다음으로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국방부는 주한미군 전력 일부의 해외 이동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의 대북 억지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의 군사력 수준과 국방비 지출 규모, 방위산업 역량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 가격으로도 옮겨붙었다. 1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8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1.25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발표한 8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6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보다 감소폭을 하루 51만배럴 확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연료 가격이 올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 지표는 이미 꺾였다.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1.0으로 7월 확정치 55.2에서 하락했다. 3개월 연속 개선세가 끊겼고 블룸버그 집계 전망치 중간값 55.0도 밑돌았다.현재 경제 여건 지수는 7월 54.8에서 8월 51.8로 떨어졌다.
향후 전망을 나타내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같은 기간 55.4에서 50.6으로 내려갔다.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3%로 전월보다 소폭 올랐다.같은 날 발표된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1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조앤 쉬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담당 이사는 공화당 지지층의 심리가 이란 분쟁 직전보다 19%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심리 악화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나타났다.한미 군 당국은 17일 UFS에 예정대로 돌입했다. 다만 어떤 훈련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