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1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6년 국세청 주요업무’를 통해 기업과 소상공인이 정기 세무조사 시기를 최대 3개월까지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성실 납세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하되, 악성 체납자와 신종 탈세에는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과 소상공인은 정기 세무조사 통지를 받은 후 희망하는 시기를 3개월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는 조사 20일 전 통지를 받으면 천재지변 등 특수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등은 주주총회나 주문 폭주 등 바쁜 시기에 조사가 겹칠 경우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세무조사 착수 전, 과거 자주 적발되었던 사례를 포함한 ‘중점 점검 항목’을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세무조사의 목적을 단순 추징이 아닌 ‘성실신고 유도’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세무 행정의 서비스화’로 해석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고도화로 자료 은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에, 납세자에게 시기 선택권을 주어도 조사의 실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명백한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 특별 세무조사는 예외 없이 엄정하게 진행된다.
반면, 고의적인 탈세와 체납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이 예고됐다. 국세청은 악성·상습 체납을 추적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2,000명 규모의 ‘체납관리단’을 신설·운영한다. 이들은 체납자 133만 명에 대한 전수 실태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코인)을 이용한 지능적 역외탈세와 가짜뉴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 등 ‘신종 온라인 탈세’가 집중 타겟이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 흔적을 탐지하는 고도화된 추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27년 시행 예정인 암호화자산 정보교환(CARF) 준비에도 착수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보고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세행정을 통해 회복과 도약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획에는 전국 세무관서에 ‘기업·소상공인 세금애로 해소센터’를 설치해 복잡한 절차 탓에 세제 혜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이번 국세청의 업무보고는 납세자의 편의를 돕는 ‘당근’과 탈세를 엄단하는 ‘채찍’을 동시에 꺼내 든 것으로 요약된다. 자영업자와 기업에는 숨통을 틔워주되, 공정 과세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국세청의 2026년 청사진이 실질적인 조세 정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