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아파트에 시한부 점화장치 9개를 설치해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0일 살인과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무기징역과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한 원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쟁점은 자동점화장치를 설치만 한 상태에서도 방화죄의 '실행 착수'를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범인이 건조물을 불태울 의사로 점화장치를 설치하고 작동 설정까지 마쳐 추가 행위 없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화가 자동으로 이뤄져 연소에 이를 수 있는 객관적 상태를 만들었다면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건물에 불을 지를 의사로, 자신이 혼자 살던 주거지 곳곳에 니크롬선과 성냥 등으로 만든 점화장치 9개를 설치했다. 주변에는 목화솜과 시너 등 가연성 물질을 배치했다.
타이머 콘센트 스위치를 이용해 약 19시간 뒤 전류가 자동으로 흘러 점화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설정까지 마친 상태였다. 예정된 시각이 되면 추가 행위 없이도 불이 매개물을 거쳐 아파트 건물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실행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등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A 씨가 살인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한 원심 결정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