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파리바게뜨가 필리핀 8호점을 빵집이 아닌 식사 중심의 '핫밀(Hot Meal)' 레스토랑으로 열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6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의 쇼핑몰 '글로리에타2' 2층에 글로리에타점을 개점했다. 2024년 4월 몰 오브 아시아에 첫 매장을 낸 지 2년 반 만에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제3터미널을 거쳐 핵심 오피스·금융 상권 중심부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번 매장의 차별점은 입지보다 메뉴판 구성에 있다. 쇼케이스에는 단팥빵이나 크루아상 대신 그릴드 치킨 갈비, 다진 돼지갈비, 스팸 김치볶음밥 등 정통 식사 메뉴가 간판 자리를 차지했다. 필리핀 특산 원료인 우베와 파마산 치즈를 결합한 현지화 디저트도 곁들였지만, 매장의 기본 성격은 빵을 사서 나가는 베이커리가 아니라 자리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카페형 레스토랑이다.

이 같은 체질 전환은 동남아 특유의 '몰링(Malling)' 소비 행태와 맞닿아 있다. 더운 기후 탓에 대형 복합쇼핑몰 안에서 쇼핑과 식사, 여가를 한 번에 해결하는 동남아 중산층은 베이커리를 빵을 사는 소매점이 아니라 약속과 식사를 겸하는 공간으로 소비한다. 식사류 비중이 낮으면 좌석 점유율 대비 객단가가 낮아져 마닐라나 마카티 같은 최고급 상권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파리바게뜨는 K-푸드 열풍을 타고 한식 볶음밥과 육류 조리 메뉴를 현지 식재료와 결합해 테이블 단가를 끌어올리고 단위 면적당 매출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배후 공급망도 주목할 만하다. 모기업인 상미당홀딩스(구 SPC그룹)는 2025년 2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누사자야 테크파크에 연간 1억 개의 제빵·가공 소스류를 생산할 수 있는 할랄 인증 생산센터를 완공했다. 싱가포르와 국경을 맞댄 이 공장은 동남아 전역 매장으로 반제품 냉동 생지와 소스, 식자재를 표준화해 공급하는 물류 허브 역할을 한다.

조호르바루에서 표준화된 소스와 반가공 식자재를 받아 현지 매장에서는 간단한 재가열이나 조합만으로 식사를 내놓는 센트럴 키친 체계가 작동한다. 이에 따라 전문 셰프 없이도 현지 파트너사가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

프랜차이즈 전개 방식의 위험 분산도 깔려 있다. 필리핀 사업은 현지 F&B 기업인 버자야 푸드가 세운 합작 자회사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으로 이뤄진다. 한국 본사는 대규모 직영 투자 위험을 지지 않고 상표권과 원부자재, 조호르바루 공장의 할랄 인증 제품을 공급해 로열티와 물류 수익을 거두는 '플랫폼 수출' 모델이다.

2026년 2월 싱가포르 전 매장, 2026년 9월 인도네시아 전 매장의 할랄 인증이 잇따라 완료되면서 필리핀 매장도 무슬림 관광객과 글로벌 방문객을 아우르는 규격화된 품질 안전망을 공유받고 있다.

마카티 8호점이 남긴 과제는 수익성의 지속 가능성이다. 빵집이 식당으로 진화하며 객단가는 올랐지만 필리핀 로컬 패스트푸드 체인인 졸리비(Jollibee)나 글로벌 커피·외식 브랜드와의 정면 승부는 불가피해졌다. 한국식 갈비와 김치볶음밥이라는 '한류 프리미엄'이 유행성 소비를 넘어 현지 직장인들의 일상적인 점심 식사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동행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