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 세종청사.

중소벤처기업부가 6월 30일 ‘9월 중 발표'를 공언한 폐업 소상공인 재기경로 통계가 10월 중순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문을 닫은 사업자가 97만 6,000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재기 지원 정책의 효과를 따질 핵심 근거가 늦어지고 있다.

중기부는 발표 목표를 12월께로 다시 잡았다. 처음 시도하는 행정데이터 연계 작업에서 분석이 지연됐다는 이유다. 9월 말까지도 잠정 취업·재창업 비율이나 분석 대상 규모조차 공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발표 당시 중기부는 국가데이터처 통계진흥원과 재기경로(취업·재창업) 통계를 공동 연구해 9월 중 내놓겠다고 밝혔다. 2027년부터는 국세청 폐업자 현황, 실태 설문, 재기경로 통계를 묶은 '폐업 현황·실태 통계'를 매년 7월 초 정기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사람 단위 첫 추적에 발목 잡은 데이터 장벽

재기경로 통계는 기업통계등록부와 국가데이터처의 취업활동통계등록부를 연결해 만든다. 폐업자가 실제로 취업했는지, 고용 형태와 근로소득은 어떤지, 재창업했다면 어떤 업종에서 얼마의 매출을 내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사업자가 아닌 '사람' 단위로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다. 한 사람이 사업자등록증을 여러 개 가질 수 있어서다. 폐업 소상공인의 이후 경로를 행정데이터 연계로 추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도 참여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처음 하는 연구이다 보니 통계의 모수나 정합성, 정확성에 대해 좀 더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제약도 지연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데이터를 정해진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에만 열어볼 수 있다. 다뤄야 할 데이터 양도 방대하다.

다만 개인정보에 따른 열람 제약은 행정데이터 연계 연구에서 통상적인 조건이다. 6월 발표 당시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석 달 뒤 공개를 약속한 셈이어서 일정 산정이 낙관적이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설문만으로는 빈칸, 효과 검증 근거 부족

현재 폐업 이후 상황은 설문조사로만 파악돼 있다. 6월 실태조사에서 폐업 소상공인 1,500명 가운데 41.4%가 취업 또는 취업 준비 중, 26.9%가 재창업 또는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쉬고 있다는 응답도 29.3%였다.

경제적 부담도 컸다. 폐업 당시 68.5%가 빚을 안고 있었고 평균 부채는 8,531만 원이었다. 폐업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생계비 부족(40.5%)이 꼽혔다.

이 수치는 응답자의 자기 신고라는 한계가 있다. '취업 준비 중'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는지, 재취업 일자리의 소득이 어느 수준인지는 알 수 없다.

표본 구성도 따져볼 대목이다. 조사 대상은 최근 1년 안에 폐업하고 희망리턴패키지·노란우산공제·지역신보 보증 등 정부 사업에 참여한 소상공인이었다. 정부 지원 밖에 있는 폐업자의 사정은 설문에 충분히 담기지 않았을 수 있다.

재기경로 통계가 이 빈칸을 채울 공식 자료로 꼽혀 온 이유다. 행정데이터를 쓰면 응답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취업과 소득, 재창업 매출을 확인할 수 있다.

2년 새 두 배 된 희망리턴 예산, 성과 지표는 공백

중기부는 폐업 소상공인에게 점포철거비를 지원하고 재창업 시 최대 2,000만 원의 재기사업화 자금, 취업 시 최대 100만 원의 전직 장려수당을 주는 희망리턴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폐업 때 이용한 정부 지원제도 1위(75.5%)도 이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원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어떤 경로로 재기했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아직 없다.

예산은 빠르게 불어났다.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은 2024년 1,513억 원에서 2025년 2,450억 원, 2026년 3,056억 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두 배 넘게 커졌다.

지원 문턱도 낮아졌다. 올해부터 점포철거비 지원 한도는 4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올랐고 재기사업화 자금의 자부담률은 100%에서 50%로 내려갔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을 3,153억 원으로 편성했다. 중기부 전체 예산안은 18조 724억 원이며 재도전성공학교(595억 원), 재도전 응원 프로젝트(334억 원) 등 재기 관련 사업도 새로 담겼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중기부 목표대로 재기경로 통계가 12월께 나오더라도 내년도 희망리턴패키지 예산 심사는 효과 데이터 없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재기경로 통계는 내년 7월 정례 통합 발표의 한 축이기도 하다. 첫 결과의 검증이 길어지면 정례화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제조·도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은 75만 1,264개,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8.64%)을 2.44%포인트 웃돌았다. 3,000억 원대로 커진 재기 지원 사업의 성과를 가늠할 첫 공식 지표가 언제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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