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는 2026년 2월 81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작년 설 대비 자금 사정이 곤란한 상태이며, 특히 영세 소기업일수록 판매 부진과 고금리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 대목을 앞둔 골목 상권과 중소 제조업계에 상당한 경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판매 부진에 대출 이자 폭탄까지
중소기업들이 꼽은 자금 사정 곤란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 부진이다. 응답 기업의 82.8%가 매출이 오르지 않아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추세다.
금융권 문턱을 넘는 것도 예년보다 힘겨워졌다.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높은 대출금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고금리 여파로 인해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을 통해 급한 불을 끄려던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덩치 작을수록 더 추운 설 대목
매출 규모에 따른 자금 사정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연 매출 10억 원 미만 기업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6.2%가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반면 매출 200억 원 이상 기업 중 곤란하다고 답한 비중은 12.2%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이러한 격차는 금융기관 이용 여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소기업일수록 대출 한도 부족이나 담보 요구 강화로 인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실물 경기 침체의 직격탄이 영세 사업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상여금 시장에도 불어닥친 양극화
직원들의 사기와 직결되는 설 상여금 지급 계획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전년보다 감소했으며, 경영 곤란으로 인해 아예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은 늘어났다. 명절을 앞두고 중소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정액으로 지급하는 기업의 1인당 평균 금액은 작년보다 16.9만 원 증가한 약 59만 원으로 조사됐다. 줄 수 있는 곳은 더 넉넉히 주고, 어려운 곳은 아예 포기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설 자금 수요조사는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복합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판매 부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금융 비용 상승이라는 외부 압박이 결합하면서, 영세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