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25일 총 992건, 667억7천만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건수 기준 역대 최다다. 같은 자리에서 더 큰 숫자도 나왔다. 사업이 끝났는데도 정산하지 않은 채 계좌에 방치된 보조금 잔액이 2년간 총 2조8천억원 환수됐다. 부정수급 적발액의 약 40배다.
6개월 점검에 역대 최다, 밀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1년치 집행분을 대상으로 점검했지만, 이번에는 2024년 하반기(7~12월) 6개월분만 들여다봤다. 절반 기간에 역대 최다 건수가 나온 것이다. 전년(630건·493억원) 대비 건수 1.6배, 금액 35% 증가다.
유형별로는 수의계약 조건위반·쪼개기·특정업체 몰아주기가 647건(65%)으로 압도적이었고, 가족간 부당거래 122건, 집행 오남용 83건이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가 621건(63%)으로 최다, 금액 기준으로는 농림수산이 211억원(32%)으로 가장 컸다. 합동현장점검에서만 317건·497억원이 적발돼 건수·금액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자체 점검이 부실한 기관을 대상으로 한 특별현장점검은 106건 중 97건(251억원)을 잡아내 적발률 91.5%를 보였다.
훔친 돈 668억, 잠자던 돈 2.8조
보조사업이 끝나면 2~3개월 내 정산을 마치고 잔액을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이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사업자·지방정부·부처 계좌에 묶여 있던 보조금이 수조원 규모였다. 기획예산처는 2024년에 2017~2023년 완료 사업을 전수 조사해 1조7천억원을, 2025년에도 1조700억원을 각각 환수했다. 부정으로 빠져나간 돈(668억원)보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채 잠들어 있던 돈이 40배 넘게 컸다.
정산 안 하면 보조금 끊긴다
기획예산처는 운영관리 지침을 개정해 잔액 방치에 대한 패널티를 신설했다. 2회계연도 이상 정산을 하지 않거나 잔액을 반납하지 않은 사업자는 보조금 추가 교부가 중지된다. 재이월 요건도 계약절차가 완료됐거나 이행 중인 경우로 한정했다. 적발 사업은 부정수급심의위원회와 경찰 수사를 거쳐 확정되면 보조금 환수와 함께 최대 부정수급액 5배의 제재부가금이 부과된다.
감시 인프라도 바뀐다. 2017년 개통된 'e나라도움'은 AI·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시스템으로 재구축돼 2031년 1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합동현장점검은 700건으로 확대되고 특별현장점검도 100건 이상 시행된다.
992건의 부정수급도 문제지만, 2조8천억원이 제재 없이 계좌에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보조금 관리의 구조적 허점을 보여준다. 훔치지 않아도 새는 돈이 훔친 돈의 40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