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가 끝나고 추가 발언하는 모습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가 끝나고 추가 발언하는 모습

금융위원회가 26일 '제2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개인 연체채권 관리 방식을 '회수 극대화'에서 '재기 지원'으로 전환하는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연체 초기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연체채권 매각 규율 강화, 소멸시효 기계적 연장 관행 개혁 등 3대 과제가 골자다.

지난해 말 기준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는 93만6000명이다. 매년 30만명이 새로 등록되고, 5년 이상 묵은 초장기 연체채권은 285만8000건에 달한다. 금융회사가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해 온 구조가 이 숫자를 만들었다.

빚을 팔아도 보호 책임은 남는다

금융위는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원채권 금융회사가 고객보호 책임을 유지하도록 했다. 채권 양도인은 양수인의 불법 추심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실을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매각 계약서에는 재매각 가능 여부와 기간이 명시되고, 매각 규모·고객보호 수준 평가 결과도 대외 공시 대상이 된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신속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은 매각 자체가 제한된다. 채권이 대부업체 사이에서 반복 재매각되며 채무자가 '추심 도돌이표'에 노출되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93만명의 빚에 '유통기한'이 생긴다

소멸시효 관행도 뒤집는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만으로 시효를 10년씩 연장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이 구조를 '원칙적 연장, 예외적 완성'에서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채권에 법인세법상 비용처리를 허용해 금융회사가 시효를 굳이 연장할 유인을 줄인다.

은행·보험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사는 3000만원 이하 채권에 우선 적용되며, 이 기준이 계좌 수 기준 90% 이상을 커버한다. 금융위는 법무부와 협력해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 폐지도 추진한다.

연체 초기 단계도 달라진다. 금융회사는 기한이익 상실 전에 채무조정 요청권을 별도로 안내해야 하며, 자체 채무조정 과정에서 감면한 원금은 손실로 인정돼 감면 유인이 높아진다. 금융위는 채무조정 실적을 공시·사후평가 체계에 반영할 계획이다.

같은 날 새도약기금은 4차 매입을 통해 4409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사들였다. 지역신용보증재단(3042억원), 대부업권(1112억원), 새마을금고(225억원) 등이 보유한 7년 이상 연체 채권으로, 4만7000명이 즉시 추심에서 벗어났다. 새도약기금의 누적 매입 규모는 8조2000억원, 수혜자는 64만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 번의 경제적 실패가 영원한 예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선제적·예방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93만명의 장기 연체자에게 '빚의 유통기한'이라는 개념이 처음 적용되는 셈이다. 관건은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과 자체 채무조정을 실제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위원회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 주요 내용 (제작=동행일보)
금융위원회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 주요 내용 (제작=동행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동행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