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서울지앤컴퍼니 허제 대표
 사진 = 서울지앤컴퍼니 허제 대표

소상공인도 자본시장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중국 외식 브랜드 Haidilao International Holding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한 사례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흔히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의 상장 이야기는 자주 하지만, 외식 브랜드나 로컬 브랜드가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브랜드야말로 오히려 더 강력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작은 가게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수많은 고객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결국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는 모습은 자본주의가 가진 가장 건강한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는 결코 적지 않다. 전국의 골목상권에는 이미 수많은 팬덤을 가진 가게와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SNS를 통해 수십만 명의 팬을 가진 베이커리나 카페, 특정 메뉴 하나로 줄을 서게 만드는 식당,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브랜드들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려 할 때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성장 자금을 확보하려면 결국 사모투자나 기관 투자를 받아야 하고, 일반 소비자가 그 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전의 베이커리 브랜드 성심당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성심당은 특정 지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국적인 팬덤을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전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성심당을 찾기 위해 줄을 서고, 이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만약 이런 브랜드에 개인 투자자들이 초기부터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자본을 바탕으로 성심당이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런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는 단순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가 이러한 브랜드 기업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문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증시는 KOSPI, KOSDAQ, 그리고 KONEX라는 단계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삼지만,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재무 요건과 성장성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술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이 아닌 이상, 특히 외식이나 브랜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코스닥 문턱을 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코넥스 시장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코넥스는 원래 중소·중견기업이 자본시장에 첫 발을 내딛도록 설계된 성장형 시장이다.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지만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투자자를 만나고 시장의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코넥스는 단순히 작은 시장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의 소비 시장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보다 ‘팬덤’을 만드는 브랜드가 성장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일종의 참여로 확장되고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SNS에서 홍보하며, 브랜드의 성장 이야기를 함께 공유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이 브랜드의 팬인데, 왜 투자할 수는 없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개인 투자자가 특정 브랜드의 성장에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 기회는 대부분 기관 투자자나 일부 사모 투자자에게 집중되어 있고, 일반 소비자는 여전히 단순한 고객의 위치에 머무른다. 하지만 만약 팬덤을 가진 브랜드들이 코넥스 시장을 통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때 소비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주주가 될 수 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에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 역시 충성도 높은 주주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투자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와 시장의 관계를 바꾸는 일이다. 소비와 투자, 팬덤과 자본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산업 구조 역시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의 증시는 반도체, IT, 바이오와 같은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산업은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소비 브랜드, 외식 산업, 문화 기반 기업 역시 충분히 자본시장에 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보면 외식 브랜드와 소비재 기업이 주요 상장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례는 이미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성장의 가능성이다.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브랜드라도 고객에게 사랑받고 확장 가능성이 있다면, 자본시장에서 평가받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코넥스 시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넥스가 중소기업을 위한 실험적인 시장이자 성장의 첫 단계로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창업가들이 자본시장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의 도전은 언제나 한국 경제의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였다. 이제 그 도전이 골목상권을 넘어 자본시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역시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그 성장에 함께 참여하는 투자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코넥스 시장의 활성화는 바로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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