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KFC가 40년간 이어온 펩시코와의 음료 공급 계약을 깨고 코카콜라로 갈아탄다. 이 충격파는 국내 외식업계와 골목 상권의 음료 디스펜서(음료 추출기)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KFC와 코카콜라는 3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2027년 1월부터 미국 내 3600여 개 KFC 매장의 음료 공급사를 기존 펩시코에서 코카콜라로 전면 교체한다고 밝혔다. 내년 봄까지 미국 전역 매장의 공급 체계 전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펩시코는 1986년 KFC를 인수한 뒤 1997년 외식 사업부(현 얌브랜즈)로 분사시킨 이후에도 공급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업계 전문지 비버리지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미국 탄산음료 파운틴(디스펜서 방식)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 판도는 글로벌과 다르게 흐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년 브랜드별 소매점 매출 통계를 보면 코카콜라는 4939억원으로 점유율 40.1%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켰고, 펩시는 2393억원(19.4%)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성장률에서는 펩시가 앞섰다. 전체 탄산음료 소매 시장이 전년 대비 3.39% 줄어든 가운데 코카콜라는 3.17% 감소한 반면, 펩시는 4.83% 증가하며 격차를 좁혔다.
펩시의 국내 약진 뒤에는 한국 유통과 디스펜서 공급망을 전담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외식업 현장 지원 전략이 있다. 외식 점포는 소비자가 콜라 브랜드를 고를 권한이 거의 없어, 매장에 설치된 디스펜서 기계가 코카콜라 제품인지 펩시 제품인지에 따라 세트 메뉴 음료가 자동 결정된다.
국내 외식 시장에서 맥도날드와 버거킹, 한국 KFC, 파파이스는 코카콜라를 공급받는다. 반면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프랭크버거, 지미존스 등은 펩시의 음료 공급망을 택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디스펜서 파트너를 고를 때는 브랜드 파워보다 설비 지원이 결정적 기준이 된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디스펜서와 냉장 쇼케이스(쿨러)의 무상 대여·설치 여부, 세척과 부품 교체 등 유지보수 비용 분담이 영세 점주의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디스펜서·쿨러 설치 지원과 신속한 애프터서비스, 컵과 포장재 같은 판촉물 지원을 패키지로 묶어 공급망을 지키는 락인 전략을 펼친다. '펩시 제로슈거 피치향'과 '펩시 엑스트라 피즈' 등 전용 라인업으로 점주의 원가 부담을 낮추는 동반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골목 상권의 외식 경험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공간 침투 전략으로 맞선다.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에서 시작해 해방촌 골목 일대 18개 매장으로 확대한 지역 상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식당 간판과 조명, 네온사인, 메뉴판을 코카콜라 감성으로 리모델링해 주고 상인 이야기를 담은 전시와 골목 축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미식 평가서 블루리본 서베이와 협업한 레드리본 맛집 캠페인을 1500여 개 일반 식당으로 확장했다. 외식 자영업자가 코카콜라를 취급하는 것 자체가 맛집 인증이자 집객 수단이 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결국 외식 매장의 콜라 전쟁은 음료 원액의 맛 대결이 아니라 자영업자의 고정비 절감과 매출 증대라는 실질적 이해관계를 누가 더 정교하게 공략하느냐의 싸움이다. 미국 KFC의 공급사 교체는 아무리 확고해 보이는 40년 계약이라도 점주와 브랜드의 생존 전략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