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세종청사 현판.

남도마켓이 도매시장 상인들의 일상 대화를 인공지능(AI)이 알아듣고 주문·재고·정산 등 후속 잡무를 대신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남도마켓은 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스케일업 팁스에 선정돼 3년간 2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의 핵심은 상인에게 새로운 도구를 쥐여주는 대신, 상인과 거래처가 기존처럼 나누는 대화를 AI가 뒤에서 이해해 주문·재고·정산으로 이어지는 업무를 자동으로 마무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B2B 플랫폼이 동대문과 남대문 도매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장부와 전화, 현장 구두 합의로 단가와 수량을 빠르게 결정하는 상인들에게 정형화된 앱 화면이나 복잡한 소프트웨어 입력을 요구하는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업무 흐름을 끊는 장벽이 됐기 때문이다.

전통 도매시장은 거래처와의 신뢰 관계나 사입 규모, 납품 조건에 따라 같은 상품도 단가가 천차만별이다. 새벽 시장 특유의 은어와 줄임말이 오가고 대화 도중 수량이 수시로 바뀌는 탓에 일반 음성인식 기술로는 주문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어렵다. 상인은 거래를 마친 뒤 영수증과 장부에 손으로 내용을 다시 적고 이를 밤늦게 포스(POS)나 재고 시스템에 수작업으로 옮기는 노동을 반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주문 누락과 재고 불일치가 생기면 정산 지연과 금전적 손실로 이어졌다.

남도마켓이 개발하는 도매시장 특화 'AI Live 멀티 에이전트'는 거래 대화 자체를 운영 데이터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거 거래 이력과 거래처별 가격 관행, 시장 은어를 학습한 AI가 현장 대화에서 상품명과 수량, 단가를 실시간으로 추출해 주문서 초안을 만든다. 상인은 생성된 주문서를 화면에서 확인만 하면 되고, 이후 주문·재고·정산을 각각 전담하는 멀티 에이전트가 매장 관리 시스템인 엉클POS와 도매 커머스 ND MARKET으로 데이터를 자동 분산 전송한다.

이 같은 전략은 남도마켓이 현장에서 겪은 시행착오에서 비롯됐다. 남도마켓도 창업 초기에는 오프라인 거래를 모바일 마켓플레이스로 옮기는 단순 중개 모델에 집중했으나, 새벽 내내 일하는 상인들에게 절실한 것은 새로운 판매창구보다 흩어진 주문과 정산을 정리할 운영체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회사는 주문·정산 솔루션 ND UNCLE과 매장 POS를 묶어 도소매 운영 전반을 통합하는 체제로 방향을 틀었고, 현재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월 800억원 수준의 거래를 처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26년 10월에는 도매 실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의 자금 회전을 지원한 공로로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남도마켓은 이번 기술 개발의 성패가 도매 현장의 잡음 섞인 구두 대화와 복잡한 외상 관행을 얼마나 오차 없이 데이터로 정제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도매 거래는 한 번의 수량 오기나 단가 착오가 수백만 원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AI 에이전트의 오인식률을 극도로 낮추고 상인의 최종 검수 과정을 매끄럽게 설계하는 것이 도입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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