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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를 잡겠다며 도입한 동일 인터넷주소(IP) 추적 시스템에 걸린 의심 신청 10건 중 9건 이상이 별다른 제재 없이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5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경찰청 및 4개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 7차 회의를 열고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동일 IP 검증시스템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적발된 동일 IP 중복 신청은 총 9117건이었다. 그러나 유선 확인과 현장 조사를 거쳐 부당개입으로 판단해 신청을 차단한 건수는 760건(3226억원 규모)에 그쳤다. 적발 건수의 약 91.7%인 8357건은 제재 없이 심사를 통과했거나 이미 자금이 집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적발과 차단 사이에 큰 간극이 생긴 배경에는 정책금융기관마다 다른 심사 기준이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은 2025년 4~5월에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026년 1월에야 가동을 시작했다.

같은 IP에서 몇 건 이상 신청이 들어와야 현장 조사에 착수할지, 공유오피스나 세무대리인을 통한 정상 대리 접수를 어떻게 구별할지에 대한 통일된 기준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한 기관에서 차단되는 중복 신청이 다른 기관에서는 정상 접수로 처리되는 사각지대가 방치됐다. 이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사법적 단속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접수된 불법 브로커 신고는 723건이었지만 정식 수사 의뢰는 14건(1.9%)에 불과했고 검찰 송치는 2건에 그쳤다. 신고 건수의 80% 이상이 단순 주의 공문 발송이나 민원 종결로 처리됐다.

행정 당국이 브로커 조직을 인지하더라도 강제 조사권이 없어 계좌 추적이나 통신 기록 조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성공보수나 대출 알선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아가는 브로커 조직이 성행하고 있다.

핵심 문제는 부당개입 행위를 직접 단속·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단속은 대부업법상 미등록 대부중개나 사기 혐의 등 우회적 법리를 적용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컨설팅 계약서로 외형을 꾸민 전문 브로커를 단죄하기 어렵다.

중기부는 부당개입의 법적 정의와 금지·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현장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중소기업진흥법 및 소상공인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법 개정이 지연되는 사이 브로커들은 가상사설망(VPN)으로 IP를 우회하거나 명의를 쪼개 신청하는 등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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