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산업이 식품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 법인 하림식품을 세우기로 한 가운데, 올해 초 정관에 프랜차이즈·가맹사업 목적을 선제적으로 추가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하림산업은 10월 26일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하며 부동산 부문을 남기고 더미식·푸디버디 등 간편식 브랜드를 포괄하는 식품 전문 법인 하림식품을 독립 출범시키기로 했다. 분할기일은 12월 1일이다.
사업목적 변경 이력을 보면 외식 가맹업 진출을 향한 포석이 뚜렷하다. 하림산업은 1월 대리점업과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음식점업·외식업, 종합상품 중개업 등을 사업목적에 대거 추가했고 6월에는 상품권 발행·유통업까지 반영했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심각한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하림산업은 프리미엄 라면과 즉석밥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으나 2024년 1276억원, 2025년 14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5296억원에 달한다.
식품 부문의 만성 적자는 모회사 하림지주에도 재정적 부담을 안겼다. 하림산업은 부채의 약 96%인 1조3813억원을 서울 양재 물류단지 개발을 맡는 존속 법인에 남겨두고, 신설 하림식품은 부채비율 11.3%의 가벼운 몸집으로 떼어내 독자 생존을 모색하게 됐다.
문제는 신설 하림식품이 구상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가맹점주에게 제조사 재고와 원자재를 넘기는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도계부터 육가공, 사료로 이어지는 축산 수직계열화를 구축해왔다. 익산 퍼스트키친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스와 가공식품, 원육을 직접 소비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그룹 차원에서 매력적인 판로가 될 수 있다.
다만 대기업 식품 제조사가 주도하는 외식 가맹사업은 외식 소비 트렌드나 매장 단위 수익성보다 자사 공장 가동률 제고와 계열사 식자재 공급 단가 방어에 무게가 실리기 쉽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마주한 외식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며 자영업 폐업률이 치솟고 있고, 치킨과 패스트푸드 등 기존 가맹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필수품목 제도 개선 등 가맹본부의 원부자재 강매나 과도한 차액가맹금 수취에 대한 규제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결국 가맹점 창업자의 수익 구조를 본사 이익보다 앞세우는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는 가맹점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그룹 측은 향후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조치일 뿐 당장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분할 신설되는 하림식품이 마주한 적자 해소 압박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 카드에 대한 유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새로 닻을 올릴 하림식품이 자영업 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상생 가맹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내부 밀어내기 논란을 낳을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