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데이터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뉴로고스가 제5회 아토믹네스트(Atomic NEST)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원자력협력재단과 딥테크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4일 대전 팁스타운에서 이 행사를 열었다. 총 16개 지원 팀 가운데 본선에 오른 스타트업과 예비창업팀 6곳이 참가했다.
심사위원단은 원전 설계부터 인허가까지 파편화된 정보를 단일 체계로 묶어낸 뉴로고스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원자력 기술 투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나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대기업 주도의 대형 기자재 가공과 주기기 제작 공급망에 쏠려 있었다.
스타트업이 시제품 하나를 제작하려 해도 수백억 원의 설비 비용과 방사선 안전 검증 장벽에 부딪혀 공공 연구개발 과제에 연명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상용화를 목표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된 SMR 산업은 설계 단계부터 전산해석, 다중 안전성 검증, 규제기관 인허가 서류가 기관마다 분산돼 누적되는 비효율을 안고 있다.
설계 수치가 1밀리미터나 섭씨 수 도 단위로 변경돼도 그 여파가 수십 개 계통과 수천 쪽에 달하는 기술 기준서에 연쇄적으로 반영돼야 하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추적·관리할 디지털 툴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뉴로고스는 이 병목을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려 한다. 분산된 설계 데이터와 해석 검증 근거를 단일 기준 정보(SSOT)로 일원화해 설계가 수정될 때마다 영향을 받는 계통과 규제 요건을 즉각 추적해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수년씩 걸리는 규제기관의 인허가 심사 기간을 줄이고 설계 오류에 따른 재작업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감당해야 할 막대한 팹 구축 부담 없이도 원전 프로젝트 전반의 개발 기간을 단축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구조다.
이러한 접근법은 최근 딥테크 벤처투자 생태계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아토믹네스트는 2023년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운영사로 합류한 3회부터 단순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넘어 초기 스타트업의 지분 투자와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팁스(TIPS) 연계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3기 이후 투자를 유치한 알엑스(구 엠에스아이랩스)와 코스모비 등이 연구개발 자금 최대 17억 원을 지원하는 딥테크 팁스에 안착하며 자본시장의 관심을 입증했다.
천문학적인 실물 자본이 필요한 하드웨어 연구개발보다 빠른 검증과 표준화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민간 투자 유치와 기술사업화 속도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반 원자력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보수적인 원전 산업계의 레퍼런스 장벽을 넘어야 한다. 기존 대형 엔지니어링사와 공공 연구기관들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관행적인 도면 관리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규제 환경에서 신생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공식 설계 관리 플랫폼으로 채택되려면 규제기관의 인허가 적합성 평가를 거치고 실제 SMR 실증 프로젝트에 납품된 실적을 축적해야 한다.
이번 수상은 한국 원자력 스타트업 생태계가 하드웨어 제조 하청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라는 지식 집약적 플랫폼으로 자본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을 보여준다.
향후 국내외 SMR 실증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뉴로고스가 보수적인 원전 설계 기관들의 신뢰를 얻어 표준 디지털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이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