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상 업무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스타트업의 성과평가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8일 스타트업 인사·조직관리 현장에 따르면 과거에는 기획서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마감을 지키지 못하는 등 산출물의 하자가 명백할 때 낮은 평가 등급이 정당화됐다. 그러나 누구나 생성형 AI로 몇 시간 만에 논리정연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기한 내 과업을 마치는 시대가 열리면서, 문서의 양이나 표면적인 마감 준수 여부만으로는 직원의 기여도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팀원은 시킨 일을 완벽하게 해냈다며 높은 등급을 기대하는 반면, 팀장은 사업적 진전을 체감하지 못해 낮은 등급을 매기면서 양측이 충돌하는 평가 불복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직원이 생산한 산출물(Output)과 조직이 달성하려던 사업적 목표(Outcome) 사이의 괴리에 있다. 고객지원팀 직원이 생성형 AI로 1년간 완성도 높은 고객 질의응답(FAQ) 문서 40건을 만들어 제출했음에도 C등급을 받고 인사팀에 공식 이의를 제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직원은 지시받은 문서를 차질 없이 작성했으므로 최소 B등급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팀장의 시각은 달랐다. 연초에 세운 핵심 목표는 문서 40건 생성이 아니라 반복 문의율 30% 감축이었는데, 실제 감축률은 5%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당수 스타트업 리더가 이 같은 격차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비즈니스 맥락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관행적으로 "더 주도적이었으면 좋겠다"거나 "고민의 깊이가 얕았다"는 식의 모호한 피드백으로 일관하고 있다.

생성형 도구로 결과물의 외형적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환경에서 리더의 감정적·주관적 평가는 구성원에게 불공정한 처사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구성원이 완수한 업무 자체를 폄하하기보다 해당 과업으로 달성하려던 핵심 목표 지표와 실제 달성률을 명확히 분리해 짚어주지 못하면 평가는 신뢰를 잃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돌발 상황에 대한 문제 정의와 해결 역량도 새로운 평가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신제품 출시로 고객 문의 총량이 급증해 반복 문의율 감소 폭이 낮아졌다면 이는 외부 환경 변화라는 합리적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과 차이는 변수가 발생했을 때 직원이 어떻게 대처했는지에서 갈린다. 기존 지침대로 FAQ 문서만 기계적으로 양산했는지, 아니면 신제품 도입 이후 문의 유형을 재분석해 안내 체계를 선제적으로 수정했는지와 같은 주도성이 평가의 핵심 쟁점이 된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추상적인 열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맞춰 업무 방식을 유연하게 전환했는지를 객관적 행동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성과평가 갈등을 예방하려면 연말 평가 면담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연중 상시 목표 관리와 일대일 점검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목표와 핵심 결과(OKR) 제도를 도입한 유수 IT 기업들 역시 목표 수립 자체보다 정기적인 점검 대화에 무게를 둔다.

매달 혹은 분기마다 30분 안팎의 면담으로 핵심 지표 달성률을 확인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변경할 우선순위를 합의해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연말의 성과 논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 도입은 스타트업 구성원의 업무 속도와 산출물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잘못된 방향으로 질주하는 헛바퀴 업무도 빠르게 쌓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업무 완료의 정의가 단순한 과업 종료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임팩트 달성으로 이동한 만큼, 스타트업 리더에게는 산출물의 완성도를 넘어 목표 정렬을 상시로 조율하는 소통과 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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