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이미지.

서울의 한 해산물 식당 업주가 방문 사실조차 없는 손님으로부터 "식사 후 배탈이 났다"며 식대와 병원비를 요구받는 일이 벌어졌다.

5일 사건반장에 따르면 4일 서울에서 해산물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는 일행 네 명이 조개찜을 먹고 모두 탈이 났다며 약 20만 원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성은 11월 2일 저녁 식사 후 배탈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해당 시간대는 물론 전후 날짜에도 남성 네 명이 방문한 기록이 없었다. 남성이 치료 근거로 제시한 병원 영수증도 과거 인터넷에 올라온 타인의 진료비 내역 사진과 글자와 금액까지 일치했다.

업주의 치밀한 확인 덕분에 실제 송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의심하지 못했다면 합의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뻔한 사건이었다.

이번 사례는 2024년 전국 외식업계를 뒤흔든 이른바 '장염맨'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가해자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전국 음식점과 카페 등 3000여 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실제 방문하지도 않았으면서 장염에 걸렸다고 협박했다.

그는 업주가 보상을 거부하면 관할 구청에 위생 불량으로 신고해 영업정지를 받게 하겠다고 위협했고, 418차례에 걸쳐 9000만 원의 합의금을 뜯어냈다. 해당 피고인은 2024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처벌 이후에도 유사한 범행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금전을 내어주는 이유는 합의를 거부했을 때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식중독이나 위생 불량 민원이 접수되면 관할 보건소나 지자체의 현장 불시 점검이 이뤄진다.

점검 과정에서 민원과 무관한 사소한 보관 기준 위반이나 표기 오류가 적발되더라도 과태료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털 리뷰나 지역 커뮤니티에 악성 소문이 퍼지면 사실 규명 전에 매출이 급감해 폐업 위기로 내몰린다.

수십만 원의 합의금으로 위생 민원과 평판 훼손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선택이 영세 사업자에게는 가장 합리적인 자구책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 지자체는 식중독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역학조사와 위생 점검을 기계적으로 진행할 뿐, 보상을 노린 허위 민원이나 악의적 협박 여부를 초기에 걸러내는 절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결제 내역 확인, 동일 시간대 타 고객의 유사 증상 발생 여부, 정식 의사 진단서 제출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표준 매뉴얼도 영세 상인들에게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스스로 CCTV를 돌려보거나 증거를 대조하지 않는 이상 사기 범행을 막아낼 공적 장치가 없는 상태다.

배탈이나 식중독 민원을 빌미로 한 공갈과 사기 시도는 비대면 결제와 배달 플랫폼 이용이 보편화될수록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행정 신고 접수 전 영수증과 의학적 진단에 대한 객관적 증빙 기준을 강화하고, 영세 소상공인이 부당한 협박에 직면했을 때 법률 및 현장 자문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공공 차원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동행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