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시공 주간사를 맡은 울산 소재 샤힌 프로젝트 'PKG1' 현장에서 7월 3일 하청업체 소속 50대 도장 노동자가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뿜칠 작업을 지원하던 중 안전난간대 안쪽에서 몸을 내밀어 호스를 당기려다 균형을 잃은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현대건설은 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 사실을 공시했으며,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현장의 내화작업 일체에 대해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고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선행 사례 때문이다. 같은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불과 3개월 전인 2026년 6월에도 거푸집 붕괴로 노동자가 사망한 바 있다. 짧은 기간 안에 중대재해가 반복됐다는 사실은 현장 안전관리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자회사 에쓰오일을 통해 한국 울산에 9조 2,580억 원(약 70억 달러)을 투자한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조성 사업이다. 국내 단일 석유화학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최신 기술(TC2C)을 적용해 완공 시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2026년 내 상업 가동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나 연이은 사망 사고로 작업중지 명령과 고강도 조사가 겹치면서 일정 지연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프로젝트 규모가 클수록 공기 지연의 파장도 크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부담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고 발생 당일 현장 조사에 착수했으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집중 검토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시 원청 최고경영자에게까지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으로, 짧은 기간 안에 동일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된 만큼 원청인 현대건설 경영진에 대한 법 적용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설업 산재 통계는 이런 사고가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27명 중 건설업이 328명(39.7%)을 차지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전체 사망사고 원인 중 '떨어짐(추락)'이 43.5%(199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아람코는 글로벌 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현장 안전(HSE)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이은 사망 사고는 단순히 국내 규제 리스크를 넘어 아람코와 에쓰오일 측의 ESG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에쓰오일 측이 시공사를 상대로 안전 지표를 계약의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요구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국 이번 사고는 현대건설이 단기적으로 법적 리스크와 공기 지연을 동시에 떠안게 됐음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3개월 간격으로 반복된 중대재해 앞에서 그 실효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