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머시니어앤서비스홀딩스의 핵심 자회사 한화모멘텀이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지만, 계약금액과 상대방을 가린 비공개 수주 방식이 시장의 검증 요구를 온전히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한화머시니어앤서비스홀딩스는 30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한화모멘텀이 10월 29일 자로 단일판매·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금액과 계약 상대방, 판매·공급 지역은 거래처와의 경영상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2027년 6월 4일까지 공시가 유보됐다.
이번 계약 규모는 한화모멘텀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3973억원의 5% 이상에 해당해 지주회사의 주요경영사항 신고 대상에 올랐다. 한화모멘텀은 2026년 8월 1일 출범한 신설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로, 지주사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의 26.93%를 차지한다.
계약 조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금 회수 구조다. 계약 기간은 10월 29일부터 2027년 6월 4일까지 약 1년 7개월이며, 선급금이나 계약금 없이 중도금 90%와 잔금 10%로 구성됐다. 장비 제작 초기 운전자본 부담을 제작사가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조건이다.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의 투자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완제품 배터리 제조사들이 공급망 단가 인하 압박을 강화하는 현실이 계약 조건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모멘텀은 2024년 7월 물적분할로 독립 법인화된 이후 태양광과 반도체 장비 부문을 다른 계열사로 넘기고 2차전지와 물류 자동화 설비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2023년 말에는 배터리 전 공정 턴키 솔루션을 앞세워 2030년 매출 3조원 달성 청사진을 공표했으나, 전기차 캐즘 여파로 주요 셀 제조사들의 증설이 지연되며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수주로 최소 수백억원대 일감을 확보해 공장 가동률을 방어할 숨통은 트였지만, 2025년 기준 4000억원을 밑도는 외형을 끌어올리려면 추가 대형 계약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신설 지주사 체제의 시너지 구현도 과제로 남는다. 한화머시니어앤서비스홀딩스는 기계·로봇 중심의 테크 부문과 호텔·백화점·급식 등을 아우르는 라이프 부문을 결합한 이종 산업 통합 법인으로 출범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사업 간 유기적 결합보다 경영 승계를 위한 물리적 분할이라는 비판적 시선도 나온다.
결국 이번 공급계약의 성패는 2027년 6월 공시 유보가 해제된 뒤 드러날 실질 이익률과 후속 고객사 확보 여부에 달렸다. 선급금 없는 중도금 수령 구조가 한화모멘텀의 재무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예정대로 납품을 마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