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정리한 성과 증빙 자료가 연말 인사평가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31일 HR 테크 및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사내 메신저와 협업 툴 기록, 공유 문서를 거대언어모델(LLM)로 취합해 빈틈없는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주니어 실무진이 급증하면서 관리자와의 평가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과거 스타트업의 고과 평가는 관리자의 인상과 프로젝트 막바지 체감 기여도에 크게 좌우됐다. 팀원과 중간관리자 모두 세부 업무 로그를 일일이 대조할 여력이 부족해 팀장의 직관적 판단이 최종 결과로 수용되는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일상화가 이 정보의 비대칭을 역전시켰다. 실무자는 1년 치 슬랙, 잔디 등 협업 툴 메시지와 이메일을 LLM 프롬프트에 입력해 몇 분 만에 시계열별 기여도 보고서로 전환해 제출하고 있다.

실제 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는 팀원이 AI로 정리한 12쪽 분량의 업무 달성표를 성과평가 면담에 내밀며 하위 평가 결과에 공식 이의를 제기했다. 담당 팀장은 일정 지연 반복을 지적하려 했으나 구체적 지연 일시와 맥락을 특정하지 못한 채 기억에만 의존해 반박하다가 평가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 같은 마찰이 이어지자 관리자들도 방어 차원에서 AI 도구를 성과평가서 작성에 동원하고 있다. 이메일 검증·마케팅 솔루션 기업 제로바운스가 2025년 미국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리자 직급의 41%가 AI로 직무 성과평가서를 작성하거나 수정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평가를 받는 직원의 26%는 관리자가 제출한 평가서가 AI로 생성된 것이라고 의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관리자의 AI 활용은 문장 구조만 다듬어줄 뿐 평소 남겨두지 않은 세부 기록과 업무 맥락까지 자동으로 채워주지는 못한다.

사내 1대1 대화 AI 솔루션 오블릿을 개발하는 리버스마운틴의 김경민 대표는 이날 성과평가 현장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해석을 분리해 조율하는 3단계 평가 절차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팀원이 AI로 추출한 성과 목록은 자신이 완수한 업무에 편향될 수밖에 없고 납기 지연이나 타 부서 지원 이력은 누락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평가 면담의 본질은 문서 분량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한 사실과 조직적 기여도를 규정하는 해석을 분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반품 절차 개선안을 냈다는 행위 자체는 확인 가능한 사실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처리 시간을 실질적으로 줄였는지는 평가적 해석으로 다뤄야 한다. 관리자는 팀원이 제시한 성과 자료의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서로 다른 시각을 테이블 위에 올려 간극을 좁혀야 한다.

동일한 사실을 두고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연초에 수립한 조직의 정량 목표를 기준으로 기여도를 재검증하는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 평가 면담 종료 후에는 합의된 결론뿐 아니라 평행선을 달린 이견 항목까지 원문 그대로 문서화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벤처기업은 체계적인 HR 부서가 부족해 평가 과정을 개별 팀장의 성향과 기억에 방치해온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팀원들이 생성형 AI라는 강력한 증빙 도구로 무장한 현시점에서 직관 의존형 관리는 즉각적인 인사 불복과 핵심 인재 이탈로 직결된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AI 기반 성과평가 갈등을 줄이려면 주관적 인상에 의존하던 평가권을 상시적인 정량 기록과 면담 합의 프로세스로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담 내용을 음성 텍스트 변환(STT)과 AI 요약 기술로 자동 정리해 이견과 합의점을 보존하는 솔루션 도입 등 조직 차원의 제도적 완충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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