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운영하는 박물관이 브랜드 홍보관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로 진화하고 있다.
10월 31일 경기 용인 삼성화재모빌리티뮤지엄은 주말과 공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곳은 1998년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문 박물관인 삼성교통박물관으로 출발했다가 2023년 8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명칭과 공간 구성을 모빌리티 전반으로 바꿨다.
리뉴얼의 핵심은 외관 변경이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자율주행, 가상 레이싱 시뮬레이터 등 미래 기술을 대중이 직접 체험하는 인터랙티브 플랫폼으로 기능을 전환한 데 있다.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는 기체 제조나 원천 소프트웨어 개발만큼 대중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수용성 확보를 최대 과제로 안고 있다. 기체 안전성 인증과 도심 실증 사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탑승객의 비행 공포나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대한 불신은 사업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따라 뮤지엄 1층의 대형 드론 조종 타워와 4D 기반 가상 UAM 체험, 모션 플랫폼이 결합된 가상 주행 시뮬레이터는 초기 모빌리티·콘텐츠 스타트업의 B2C 피드백 수집 창구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 불특정 다수의 반응을 시험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 탓에 사실상 어렵다.
반면 수십만 명의 가족 단위 관람객이 유료로 찾는 대기업 인프라에 솔루션을 얹으면 실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공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모빌리티 기업 포티투닷과 협업해 야외 자율주행 셔틀을 시승 코스로 운영해 왔다. 관람객은 미래 모빌리티를 일상 체험으로 인식하고, 기술 공급 주체는 오작동 변수와 일반 이용자 반응을 정량화할 기회를 얻는다.
공간을 보유한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 전환은 실리적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UAM 상용 비행이 가시화할수록 운전자 책임 중심에서 시스템 제조사·운영사 책임 중심의 신종 모빌리티 보험으로 시장 축이 이동하고 있다.
미래 이동수단이 도심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이용자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관찰해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쌓는 과정은 장기적으로 차세대 모빌리티 보험 요율 산출과 보상 체계 표준 설계의 기초 자산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