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고.

삼성전자가 차세대 폴더블폰을 초고가 라인업으로 밀어붙이는 사이, 제조 원가 폭등의 충격을 국내 하청 벤처와 부품 스타트업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글로벌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전자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9 울트라'는 2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최신 모바일 프로세서와 2억 화소 카메라, 차세대 메모리 규격 등 현존 최고 사양 부품을 집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은 폴더블 신제품 판매 확대로 37조3000억원의 분기 매출을 올렸음에도 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사업부가 1년 만에 4조원 넘는 이익을 잃고 2개 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겉으로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오르며 외형 성장을 이룬 듯 보이지만 내막은 다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폭증으로 고대역폭메모리와 고성능 모바일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모바일용 LPDDR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반도체 부문은 사상 최대 흑자를 냈지만 모바일 완제품 사업부는 부품 원가 부담에 직면했다.

여기에 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가 독점 공급하는 초미세 공정 모바일 칩셋의 공급 단가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스마트폰 한 대를 팔아도 마진이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칩 제조사나 핵심 독점 부품사에는 가격 인상분을 상당 부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완성품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원가 절감의 칼날이 정밀 힌지 부품, 특수 기구물, 방열 시트, 광학 모듈 검사 장비 등을 공급하는 국내 하드웨어 벤처와 부품 스타트업에 집중되고 있다.

벤처투자를 유치해 고난도 폴더블폰 부품 국산화에 매진해 온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초슬림 두께와 방수·방진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초정밀 부품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완제품 제조사의 분기 적자가 이어지면서 기존 계약 단가조차 깎이는 압박에 노출됐다.

스마트폰 완제품은 200만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로 팔리고 대형 유통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는 하루 만에 수백억원의 거래액이 오가지만, 부품을 실질적으로 공급하는 중소 제조·벤처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반으로 주저앉는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모바일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과거에는 대기업 플래그십 공급망에 안착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이 보장되는 성공 공식이 통했다.

그러나 완제품 제조사가 메모리와 독점 칩셋 가격 폭등을 감당하지 못해 2차·3차 협력사에 단가 인하 압박을 가하는 현 구조에서는 하드웨어 벤처의 기업가치 산정이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차세대 폼팩터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 기반 창업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납품 단가 방어선마저 무너져 자금난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플래그십 비중을 극대화해 원가 상승 압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핵심 플랫폼 칩셋과 글로벌 메모리에 지급하는 비용이 줄지 않는 한, 하청 벤처 생태계를 압박하는 단기 원가 방어는 부품 국산화 스타트업들의 연구개발 동력을 꺾고 국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의 기초 체력을 훼손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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