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세종청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안에서 순수한 영농 목적으로 논을 밭으로 바꾸는 기초적인 토지 정비마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면서 농업 현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북부 농업계에 따르면 8일 개발제한구역 내 영농 목적의 논밭 정비를 형질변경 신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행 농지법 제2조 제1호는 공부상 지목과 무관하게 실제 농작물 경작지나 다년생식물 재배지로 쓰이는 토지를 모두 농지로 규정한다. 벼를 심던 논에서 물이 부족해 콩이나 깨 같은 밭작물로 전환해도 법적으로는 동일한 경작 행위로 인정받는다.

반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 제19조 제10호는 논을 밭으로 바꾸기 위한 토지 형질변경을 지자체 신고 대상으로 묶어뒀다. 작물만 바꿔 심는 게 아니라 배수나 생육을 위해 흙을 북돋우거나 땅 형태를 다듬는 순간 규제가 작동한다.

2017년 법제처는 원상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토지 형태를 바꿨다면 성토 높이가 통상 허용 기준인 50㎝ 미만이어도 신고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단속 기준을 더 엄격하게 잡았다.

신고 없이 논을 밭으로 정비하면 1차 적발 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까지 물릴 수 있다.

수리 시설이 없어 자연 강우에만 의존하는 천수답이나 지대가 높은 한계 농지가 문제다. 용수 공급 시설을 설치하려면 수천만 원의 관정 개발 비용과 별도 허가 절차가 필요해 농민들은 휴경을 막으려 밭작물 재배를 택하지만, 사전 신고를 거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가 잦다.

행정 절차의 비효율성도 걸림돌이다. 형질변경 신고와 심사, 과태료 행정 처분은 접수부터 통지까지 50일 가까이 걸린다. 파종과 수확 시기가 정해진 농번기에 절차가 두 달 가까이 지연되면 적기 영농을 놓쳐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이 같은 규제 엇박자는 지난 10월 6일 남양주시 미금농협에서 열린 경기농협 북부조합장 협의회 회의에서도 공식 문제로 제기됐다. 참석 조합장들은 지목이 아닌 실경작 현황을 기준으로 삼는 농지법 취지에 맞게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 제19조 제10호를 전면 삭제하거나 정비해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촉구했다.

경기도 면적의 10.9%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수도권 외곽 농업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행정 규제의 벽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와 국토교통부는 토지 형질을 바꾼 뒤 주차장이나 야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하는 사례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사전 신고 장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도시 확산 방지와 녹지 보전이라는 그린벨트 본연의 목적을 지키려면 토지 이용 형태의 인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투기나 불법 용도 변경을 감시하는 장치와 고령 농민의 생업형 토양 정비를 같은 선상에서 규제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목상 답을 전으로 바꿔도 영농 목적으로 계속 경작하는 토지에 대해서는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사후 확인 제도로 전환하는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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