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세종청사.

세종시 다회용 컵 보증금제가 공공기관 울타리를 넘어 일반 상권 20곳으로 확대됐다. 규제 대신 세척·물류비 지원과 우대금리라는 '당근책'으로 자영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시의회, 자원순환사회연대는 19일 오후 세종시청에서 다회용 컵 전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기존 정부세종청사 내부 커피전문점 20곳에서만 시행되던 보증금제가 청사 인근 9곳과 세종시청 인근 11곳 등 일반 상권 20곳으로 늘었다.

카페 자영업계에서 컵 보증금제는 그동안 갈등의 불씨였다. 과거 정부가 프랜차이즈 매장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의무화하려 하자 현장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반납 컵 보관 공간이 부족하고 세척·잔여물 처리 인건비가 영세 점주에게 전가됐기 때문이다. 보증금 부과 대상에서 빠진 인근 개인 카페로 고객이 이탈하는 풍선효과까지 겹치며 정책이 표류했다.

세종시 모델은 점주의 세척·보관 부담을 구조적으로 덜어낸 데 승부수를 뒀다. 고객이 테이크아웃 때 보증금 1000원을 내고 음료를 산 뒤 인근 버스정류장이나 공공기관, 상가 거점의 무인반납기에 반납하면 전문 순환 시스템이 전량 수거한다. 회수된 컵은 애벌 세척부터 초음파·고온고압 세척, 고온 건조, 자외선 살균, 인공지능(AI) 비전 검수, 이중 포장까지 일곱 단계 위생 공정을 거쳐 매장에 재공급된다.

소상공인 유인 설계도 눈에 띈다. 행정기관은 참여 카페에 컵 수거·세척·재공급 비용 일부를 재정으로 분담하고, 컵 사용 건당 30원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점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일회용품 감량 우수 매장으로 선정되면 소상공인정책자금 우대금리 혜택도 준다. 소비자에게는 무인반납기 반환 시 컵당 300원의 탄소중립포인트를 지급해 회수율을 높일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장기 안착을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공공 재정 지원이 축소되거나 끝난 뒤의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다회용 컵 순환 체계는 물류 회수와 고온 세척, 무인회수기 유지보수 등에 적지 않은 고정비가 든다. 지원금이 줄면 세척 수수료가 일회용 컵 단가보다 높아져 소상공인에게 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실험은 규제 일변도의 환경 정책이 시장 친화적인 지속가능 모델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간 200만 개 이상의 일회용 컵 감축이라는 목표를 넘어 소상공인 영업 마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생력을 갖춘 다회용기 밸류체인이 골목 상권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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