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계산대 옆에서 김을 뿜던 호빵 찜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캐릭터 스티커가 든 개별 포장 상품과 상온 빵이 대신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호빵 매출이 직전 주 같은 요일 대비 75.2% 급증했다고 밝혔다. 아침 최저기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동절기 먹거리 수요가 빠르게 반응한 결과다.
GS25는 이에 맞춰 이날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호빵맨 밤단팥호빵'과 '카레빵맨 카레호빵' 등 차별화 호빵 2종을 출시했다. 오는 22일에는 식빵맨 크림샌드, 세균맨 딥쇼콜라파이 등 상온 베이커리 5종을 순차적으로 내놓으며 100종의 캐릭터 띠부씰(랜덤 스티커)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목할 점은 신제품 구성과 판매 전략의 변화다. 과거 편의점 호빵 마케팅의 핵심은 유리 찜기 속에서 보온된 호빵을 즉석에서 꺼내 파는 조리식품 형태였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호빵맨 협업 상품과 전통 단팥호빵 등은 낱개 단위로 밀봉된 개별 포장 제품이거나 찜기 없이 진열대에서 유통되는 상온 빵에 집중됐다. 전자레인지에 포장지째 데울 수 있는 특수 포장지를 채택해 매장 찜기를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가 바로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상품 구조 전환은 일선 가맹점주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있다. 호빵 찜기는 겨울철 집객 장치였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로 꼽혀왔다. 포장 상태의 호빵 유통기한은 통상 사나흘이지만, 포장을 뜯어 찜기에 넣고 가열하는 순간 판매 유효시간은 9시간에서 길어야 12시간 안팎으로 급감한다. 겨울철 눈이나 비, 기온 변동에 따라 판매량이 출렁이는데 찜기에 올린 호빵이 반나절 안에 팔리지 않으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
본사가 특정 기간 일부 폐기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통기한 경과에 따른 폐기 비용과 발주 리스크는 가맹점주의 몫이다. 여기에 매일 밤 찜기 내부 곰팡이와 물때를 청소하고 분해 소독하는 노동력, 24시간 온수와 열선을 유지하며 소모되는 전기요금도 부담이다. 최근 2~3년간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야간 아르바이트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호빵 몇 개를 더 팔기 위해 하루 종일 찜기를 켜두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점주들 사이에 굳어졌다.
실제로 전국 편의점 업계의 찜기 보유율은 해마다 줄어 주요 프랜차이즈 점포 가운데 찜기를 직접 가동하는 비중은 20% 안팎까지 낮아졌다. 이에 본사는 찜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매출을 올릴 대안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물이 1인 가구를 겨냥한 낱개 포장과 수집욕을 자극하는 캐릭터 스티커 융합 전략이다.
캐릭터 팬덤을 노린 스티커 마케팅은 호빵을 즉석 온장 간식에서 수집형 완구이자 디저트 베이커리로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고객은 따뜻한 호빵을 그 자리에서 먹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포장지 속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제품을 산다. 상온 빵 형태로 진열대에 오래 두고 팔아도 점주는 찜기 가열로 인한 폐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3입 번들 묶음 상품과 모바일 결제 기반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한 것 역시 대량 포장 단위로 객단가를 높여 점주의 재고 회전율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호빵 매출 75.2% 급증이라는 실적 지표 이면에는 에너지 요금 상승과 1인 운영 체제 확대로 고비용 조리 기기를 매장에서 퇴출해야 했던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찬바람을 맞으며 길모퉁이 찜기에서 피어오르던 김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메운 캐릭터 개별 포장 상품이 골목 상권 점주들의 실질적인 마진 방어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