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영상 제작 스타트업 네이션에이가 8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네이션에이는 22일 이번 투자에 기존 주주인 하나증권과 신규 투자자인 KDB산업은행, 현대투자파트너스, 일신창업투자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라운드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17억원으로 늘었다.
벤처투자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자금 규모보다 투자금의 용처다. 회사는 유치 자금을 플랫폼 통합 연구개발과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강화, 추론 최적화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빅테크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종속에서 벗어나 자체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추론 단가를 통제하려는 전략이다. 빅테크 파운데이션 모델을 껍데기만 씌워 재판매하는 '래퍼(Wrapper) 서비스' 모델이 호출 비용 급등과 가격 주도권 부재로 한계를 드러내자 인프라 내재화로 제조 원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생성형 AI 영상 제작 생태계는 비용 비효율 구조에 직면해 있다. 창작자는 이미지 생성과 음성 합성, 영상 생성, 편집을 각각 다른 서비스에서 처리하며 구독료와 생성 크레딧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프롬프트 입력 실패에 따른 재시도 비용도 부담한다.
서비스 제공사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오픈AI, 스테이빌리티AI 등의 상용 API를 호출하는 스타트업은 고객 이용이 늘수록 종량제 클라우드와 API 사용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매출이 늘어도 매출원가가 함께 치솟는 역마진 함정에 빠지는 구조다.
2022년 설립된 네이션에이는 애니메이션 제작 도구 '뉴로이드'와 인터랙티브 드라마 플랫폼 '글레이즈'를 해외에서 운영해 왔다. 회사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두 서비스를 전면 통합해 이미지와 음향, 음성 생성부터 최종 영상 렌더링과 편집까지 단일 작업 환경에서 처리하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통합의 핵심 전략은 자체 GPU 인프라 확충을 통한 외부 API 의존도 탈피다. 외부 모델에 지불하던 중개 수수료를 줄이고 자체 GPU 클러스터에서 오픈소스 또는 경량화된 자체 생성 모델의 추론 파이프라인을 최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연산 단계를 단축하고 하드웨어 제어권을 직접 쥐면 영상 프레임당 생성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는 결과물을 시도할 때마다 비용부터 걱정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AI 영상 제작의 대중화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개별 모델의 스펙 경쟁보다 창작자가 지불 가능한 경제적 문턱을 설계하는 것이 유료 고객 유지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회사는 통합 플랫폼 출시와 함께 조기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공언했다.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 온 KDB산업은행과 정통 벤처캐피털이 이번 라운드에 들어온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GPU 비용 구조를 감당하지 못해 자금을 소진하고 쓰러지는 콘텐츠 툴 스타트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인프라와 워크플로우를 자체 통제해 원가율을 방어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벤처투자업계의 셈법이 반영됐다.
네이션에이는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와 스케일업 팁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정부 정책 자금과 기술 실증 경로를 선점해 왔다.
다만 독자적 인프라 구축과 모델 경량화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고성능 파운데이션 모델의 추론 단가를 빠르게 낮추고 있고, 첨단 GPU 칩셋 확보와 서버 유지에 드는 감가상각과 고정비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네이션에이의 승부수는 자체 GPU 파이프라인이 빅테크의 가격 인하 공세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원가 우위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기업 고객이 체감할 만큼 가격을 낮추면서도 영상 간 일관성과 편집 완성도를 균일하게 뽑아내 조기 흑자 구조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