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탄소 데이터 기업 오후두시랩이 탄소회계의 병목을 '데이터 수집·정규화'로 규정하고 공급망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후두시랩 설수경 공동대표는 22일 탄소 데이터 솔루션 '그린플로'의 사업 방향을 설명하며 배출량 산출보다 선행 단계인 자료 수집과 정규화 업무의 자동화가 기후테크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치사슬 전반의 간접배출(스코프 3)은 협력사의 부품 제조 공정과 운송 거리, 원재료 구매 내역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 전담 인력조차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복잡한 배출량 활동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현장 적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후두시랩은 이 같은 한계를 뚫기 위해 지출 명세서와 세금계산서 등 기존 회계자료를 역추적해 배출량을 추산하는 비용 기반 환경확장 산업연관분석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협력사에 별도 계측 설비나 전용 소프트웨어 입력을 강요하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ERP 회계 장부와 구매 영수증을 AI가 인식해 배출계수에 매핑하는 방식이다.
초기 진단 단계에서는 지출액 기반의 개략적 추정치로 감축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점진적으로 실제 전력 사용량이나 유류비 고지서 같은 구체적 활동 데이터를 결합해 오차 범위를 좁히는 전략을 취했다.
이 같은 데이터 확보 전략은 정부·공공 인프라와의 실증 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오후두시랩은 2026년 3월 11일 한국환경공단, 에코시안, 한국경영인증원과 탄소배출량 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및 협력망 데이터 자동 연계 체계 검증에 돌입했다. 엑셀로 일괄 등록되는 비용 자료에 공인 배출계수를 자동 매칭하고, 환경부 산하 올바로시스템의 폐기물 전자 정보나 임직원 출퇴근 거리 데이터를 연동해 현장 담당자의 수작업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기술적 진화는 복수의 AI 에이전트를 결합하는 형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26년 7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에코시안, 카이스트와 함께 멀티 에이전트 기반 탄소관리 플랫폼 실증을 진행 중이다.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들이 비정형 영수증 분석과 배출 계수 검증, 이상치 탐지, 기후 리포트 작성을 분업해 처리함으로써 현장 실무자의 반복적인 엑셀 취합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골자다.
다만 공급망 데이터를 영수증 기반으로 추정해 산정할 때는 수치의 공신력이 관건이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공시 기준 등 글로벌 규제 당국과 해외 원청 바이어들은 추정치의 산출 근거와 데이터 추적성을 엄격하게 따진다.
오후두시랩이 한국경영인증원 등 제3자 검증기관과 개념검증을 병행하며 알고리즘의 설명 가능성과 역추적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출된 숫자가 단순 추정치에 머무는지, 실제 현장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을 갖춘 회계 데이터로 인정받는지에 따라 플랫폼의 시장 가치가 갈릴 수 있다.
오후두시랩은 기업 단위 배출량 관리를 넘어 제품 단위 전과정평가와 소비자 유통 영역으로도 데이터 파이프라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화장품, 섬유, 전자문서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100건 이상의 제품 전과정평가를 수행했다.
또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제품 온라인 전용장터와 연계한 임팩트스토어를 통해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소비자 선택 기준으로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시흥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소상공인 에너지 사용량을 추적하는 로컬 플랫폼도 접점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