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스타트업을 발굴·보육하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들이 직접 법인을 세우는 컴퍼니빌딩·벤처스튜디오 모델로 사업을 넓히면서, 기존 피투자사와의 사업 충돌과 출자자 자금 유입을 둘러싼 이해상충이 초기투자 시장의 최대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단법인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는 23일 오는 1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 커뮤니티홀에서 '2026년 제9회 창업기획자 준법감시인 양성 교육'을 연다고 밝혔다.

교육은 법무법인 이후 류권영 변호사의 준법감시제도 개정 배경 강의를 시작으로, 민보미법률사무소 민보미 변호사의 주요 법규 위반사례 및 정기검사 지적사항, 대해회계사무소 서해석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결산 실무, 법무법인 DLG 안희철 대표변호사의 벤처스튜디오·컴퍼니빌딩 사업모델에 따른 준법감시 가이드라인 등으로 구성됐다.

협회가 정례 교육에서 벤처스튜디오·컴퍼니빌딩 준법감시를 핵심 세션으로 전진 배치한 배경에는 제도 환경의 변화가 있다. 정부는 2025년 8월 5일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창업기획자의 경영지배 목적 투자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과거에는 창업기획자가 직접 선발하거나 보육한 초기창업기업에 한해서만 경영지배 목적 투자가 예외적으로 허용됐으나, 이 제한이 삭제되면서 기획 단계부터 회사를 만들고 과반 지분을 취득하는 컴퍼니빌딩의 길이 열렸다.

규제 완화 이후 현장에서는 구조적 리스크가 잇따르고 있다. 벤처투자법상 창업기획자는 특정 투자자와 다른 투자자,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이해상충을 방지할 체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일반 벤처투자는 창업자가 세운 독립 법인의 소수 지분을 취득하고 성장을 돕는 코치 역할을 전제로 설계됐다. 반면 창업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지분 30~50% 이상을 직접 쥔 채 설립하는 벤처스튜디오 모델은 창업기획자 스스로가 대주주이자 경영진, 즉 '선수'가 되는 구조다.

가장 첨예한 문제는 기존 피투자사와의 정보·기회 유용이다. 창업기획자는 매년 수백 개 스타트업을 심사·보육하며 시장 동향, 기술 명세서, 영업 전략, 재무 데이터 같은 핵심 미공개 정보를 접한다.

창업기획자가 이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로 유사 사업 모델의 자회사를 직접 세우면, 기존 투자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육성을 맡겼던 우군이 경쟁사로 돌변하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기회 편취'이자 심각한 이해상충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출자자(LP)들이 모인 펀드 자금 운용에서도 법적 경계선이 위태롭다. 창업기획자가 자기자본으로 컴퍼니빌딩을 추진하는 것을 넘어, 외부 기관·개인이 출자한 개인투자조합 또는 벤처투자조합 자금을 자신이 사실상 소유·지배하는 컴퍼니빌딩 법인에 후속 투자할 경우 특수관계인 부당 지원과 자기거래 금지 조항에 충돌할 수 있다.

조합 이익을 최우선해야 하는 업무집행조합원(GP)의 선관주의 의무와, 본계정 지분 가치를 부양하려는 하우스의 사적 동기가 충돌하면 배임이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정기검사에서도 조합 투자의무 위반과 임직원·특수관계인 간 부적절한 자금 거래가 단골 지적사항으로 등장하고 있다.

조합 결산과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도 준법 리스크를 키운다. 창업기획자가 직접 세운 법인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기업가치 산정 방식, 지분 매각 시점과 평가이익 배분의 투명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외부 감사인과의 분쟁이나 세무 리스크, 소득공제 적격성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컴퍼니빌딩을 추진한 신설법인이 현행 중소기업창업법상 '창업기업'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해 창업기획자의 법적 의무투자비율 산정에서 누락되거나, 지배 지분을 7년 이내에 전량 처분해야 하는 행위제한 규정에 묶여 회수 전략이 꼬이는 제도적 충돌도 여전하다.

이번 교육에서 표준투자계약서 준법감시 가이드와 행정처분 대응 시나리오까지 망라된 것은, 벤처스튜디오 모델이 엄격한 내부통제 없이는 하우스 전체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법률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창업기획자가 엑셀러레이팅 중심의 전통적 투자자에서 직접 사업을 일구는 컴퍼니빌더로 체질을 바꾸는 시도는 글로벌 벤처 생태계의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철저한 정보 차단벽(차이니즈 월) 구축과 특수관계인 거래의 투명성 확보다.

창업기획자 내부의 준법감시인이 대표이사나 심사역의 사업 드라이브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자본과 펀드 자금의 투자 원칙을 명확히 갈라내며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작동시킬 수 있느냐에 초기투자 시장의 질적 성패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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