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전통시장·골목상권에 내건 상생 프로젝트가 표면의 디지털 전환 지원과 달리 자사 플랫폼에 소상공인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상생협력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프로젝트 단골'과 '프로젝트 곳곳',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 카나나 등을 선보였다. 2022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 단골의 성과를 공유하고 비수도권 AI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구호도 내걸었다.
프로젝트 단골은 전통시장과 지역 골목상점을 찾아 상인에게 1대1 디지털 교육을 하고 카카오톡 채널 개설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설 직후에는 사업자당 30만원 안팎의 톡채널 메시지 발송 지원금을 무상 캐시로 지급해 진입 장벽을 낮춘다.
그러나 채널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단체 알림 메시지 발송부터 건당 유료 과금이 적용된다.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발송 비용은 형태에 따라 건당 15원에서 20원(부가세 별도) 수준이다. 지원금 30만원은 1만5000건에서 2만건가량을 보내면 소진된다.
채널 친구 수가 3000명을 넘는 상점은 전체 공지 메시지를 대여섯 번만 전송해도 지원금이 바닥난다. 이후에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소상공인이 매달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을 비즈월렛에 직접 충전해야 마케팅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단골이 내세우는 채널 개설 수와 누적 채널 친구 수는 카카오의 미래 유료 메시지 광고 매출 기반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님 연락처를 장부로 관리하던 아날로그 방식이 카카오톡 안으로 흡수되면서 고객 데이터가 플랫폼 서버에 묶이고, 채널에 모인 고객 네트워크를 외부로 옮길 방법이 없어 유료 발송 비용을 계속 감당해야 하는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곳곳과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그램도 구조가 비슷하다. 충남 공주 등지에서 진행된 QR코드 스탬프 투어는 혜택을 받으려면 카카오톡 디지털 카드 발급과 채널 추가를 거쳐야 한다. 상권 활성화 명분으로 유치한 오프라인 유동 인구가 카카오의 플랫폼 트래픽과 활성 사용자 데이터로 바뀌는 셈이다.
상생 부스에서 강조한 AI 서비스 카나나 연계 역시 향후 고객 상담 자동화나 마케팅 메시지 생성 기능을 플랫폼 유료 비즈니스 도구로 연결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된 골목상권 상인에게 온라인 도구 활용법을 가르치고 고객 접점을 넓혀준 교육 지원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청년 점포나 예약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채널을 통해 주문 누락을 줄이고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원금 중심의 상생은 보조금이 끊기면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케팅 비용 여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무상 지원금이 바닥난 뒤 채널 운영을 방치하거나 발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플랫폼 밖으로 밀려나는 양극화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마중물 지원'이라는 수식어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상생 지원 대상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메시지 발송 단가 인하나 영세 상인 전용의 영구적 기본 무료 발송 쿼터 도입 같은 구조적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