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명도 분쟁이 기존 상인들의 항소와 대전시설관리공단의 가집행 검토로 강대강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다.
24일 대전시와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1민사부는 9월 30일 공단이 상인 52명을 상대로 낸 점포 명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상인들에게 점포를 즉각 인도하고 소송 비용 일체를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한 상인 33명은 10월 19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법적 저항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단은 새로 점포를 낙찰받고도 2년 넘게 영업을 시작하지 못한 신규 입점 대기자들의 피해를 이유로 명도 가집행을 검토하고 있다.
갈등의 뿌리는 2024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시 공유재산인 중앙로 지하상가는 민간 사단법인이 30년간 위탁 운영해 왔으나 사용 허가 기간이 끝나며 공단으로 관리권이 넘어갔다.
대전시는 투명한 상권 관리를 내세워 전체 440개 점포에 대한 일반경쟁입찰을 추진해 388개 점포를 새로 낙찰시켰다. 입찰에서 탈락하거나 참여를 거부한 상인들은 지하상가가 전통시장에 해당하므로 수의계약으로 사용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시와 공단 관계자들을 입찰 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그러나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검찰의 무혐의 처분, 1심의 퇴거 명령에도 현장의 위기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패소한 기존 상인들은 30년 가까이 일궈온 터전을 잃을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반면 일반경쟁입찰로 점포를 분양받은 신규 낙찰자 상당수는 청년 창업가와 초기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묶어둔 채 점포를 인도받지 못해 단기 아르바이트로 빚을 감당하며 버티는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시와 공단은 공유재산 관리법령을 엄격히 적용해 공정 경쟁을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수십 년간 형성된 상권 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연착륙 지원책이나 대체 점포 마련 같은 실질적 중재안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1심 판결에 가집행 선고가 붙으면서 공단은 강제집행을 실행할 법적 권한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과거 가처분 집행 과정에서 확인됐듯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 퇴거는 격렬한 충돌과 부상자 발생 등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물리적 퇴거가 단행되더라도 상가 전체의 흉흉한 분위기와 갈등의 잔재는 신규 입점자들의 안정적 창업과 영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이 본격화되더라도 최종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공단이 가집행을 강행하면 현장 대치 수위가 높아지고, 자진 퇴거 유도만 되풀이하면 신규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이에 행정이 강제 퇴거와 방치라는 양자택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기존 상인의 폐업·전업 퇴로 마련과 신규 낙찰자의 영업 손실 보전 등 실질적 타협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