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유도 솔루션 스타트업 에이알에이(ARA)가 14년 연구 끝에 휴대형 호흡훈련기 '브레스솔(BreathSol)'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절차에 들어갔다.
25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브레스솔은 방사선치료를 앞둔 환자가 가정에서 호흡을 훈련하는 제품이다. 폐암·간암 등 흉복부 종양 치료에 쓰이는 호흡 연동 방사선치료는 숨을 쉴 때마다 종양 위치가 변해 환자가 수 분간 일정한 호흡 깊이를 유지해야 정밀도가 확보된다.
입자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와 연세암병원 임상교수를 지낸 김동욱 대표는 2009년 환자 호흡 안내 장비 개발 과제를 맡은 뒤 2023년 1월 회사를 설립했다.
기술 개발은 공학적 난관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스코프로 가슴 움직임을 측정하려 했으나 흉부 팽창 깊이를 정밀하게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회사는 가속도 센서를 버리고 자기 센서 방식의 브레스솔 M과 레이저 센서 방식의 브레스솔 L로 하드웨어 구조를 전면 수정했다.
이후 액트너랩의 1억 원 시드 투자와 5억 원 규모 팁스(TIPS) 연구개발 과제, 2025년 팁스 창업사업화, 2026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하드웨어와 전용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완성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 기술이전을 마쳤고 2026년 7월에는 의료기기 개발사 필드큐어와 5개월간 2800만 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대여 계약을 맺어 첫 상용 공급 실적을 올렸다.
다만 본격적인 사업화 앞에는 제도적 장벽이 놓여 있다. 병원용 방사선 치료 장비는 치료 행위에 수반되는 수가가 책정돼 투자 회수 모델이 명확하지만 브레스솔은 환자가 진료실 밖에서 쓰는 훈련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존 행위 수가 체계에 포함되기 어렵다. 환자에게 전액 자비 부담을 요구하기에도 초기 시장 저항이 크다.
인허가도 필수 관문이다. 에이알에이는 브레스솔 M의 시험성적서와 전자파 적합등록을 마쳤고 브레스솔 L의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적합성 심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제조허가를 준비 중이다. 2등급 허가를 받아도 곧바로 병원 구매나 처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나 혁신의료기기 지정, 비급여 처방 항목 인정 등 제도권 진입 경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이 정식 도입할 유인이 부족하다.
회사가 2025년 2월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6년 8월 전향적 임상 연구를 위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호흡훈련기 사전 사용이 방사선치료 빔 정밀도를 높이고 치료 시간을 단축한다는 임상 근거를 쌓아야 비급여 처방이나 예비급여 같은 경제적 보상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에이알에이가 추진하는 원외 환자 관리와 일상 헬스케어 확장은 자석 없는 플렉시블 센서 개발 등 하드웨어 경량화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과 환자 사이 호흡 준비 공백을 메우려는 기술적 취지가 의료기관 구매 기준과 보건당국 수가 체계 안에서 사업적 경제성을 입증하는지가 14년 연구의 최종 결실을 결정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