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융복합 창업 기업들이 정책 지원이라는 온실을 벗어나 민간 투자와 실제 납품 계약으로 시장 검증을 받아야 하는 분기점에 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농촌융복합산업 창업 기업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2026 농촌융복합 액셀러레이터 합동 데모데이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액셀러레이터 보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23개 기업과 스케일업 지원 대상 5개사 등 총 28개 농촌 스타트업이 참여해 벤처투자사와 유통업계 상품기획자(MD)를 상대로 IR 피칭과 상담을 진행한다.
2024년 사업 신설 이후 매년 이어지는 연례 행사지만, 참여 기업의 면면과 벤처투자 시장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졌다.
농촌융복합산업은 농촌 지역의 1차 자원을 가공·제조(2차), 유통·관광·서비스(3차)와 결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그동안 지역 농업회사법인이나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기술 기반 정보통신(IT) 스타트업에 비해 벤처 투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공공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전문 창업기획자의 멘토링과 초기 사업화 자금을 제공하며 이들 기업의 브랜딩과 경영 체계를 잡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행사를 거친 기업 중에서는 유기농 토마토 가공 브랜드 그래도팜이나 배 증류주를 앞세운 랩투보틀처럼 대기업 팝업스토어 진출과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소수의 성공 사례 이면에는 여전히 좁은 투자 회수 경로라는 현실적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 테크 스타트업은 빠른 외형 성장(J커브)을 통한 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을 목표로 벤처캐피털 자금을 끌어모은다.
반면 농촌 융복합 기업은 원물 수급의 계절성, 생산 설비 확충을 위한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지역 기반이라는 물리적 한계 탓에 단기간에 폭발적 외형 성장을 증명하기 어렵다.
투자 심사역들이 데모데이 무대에서 참신한 로컬 스토리텔링에는 공감하면서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단위의 시리즈A 후속 투자 집행을 망설이는 이유다.
유통 시장의 구조적 문턱도 만만치 않다. 데모데이 현장의 유통사 MD 상담이 곧바로 안정적인 납품 계약이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형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등 주요 유통 플랫폼에 진입하더라도 높은 입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갑작스러운 발주 물량 증가를 생산 역량이 따라가지 못해 납기 지연을 겪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판로 연계 미팅을 넘어 안정적인 물류와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계약 체결 자체가 또 다른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도 초기 인큐베이팅과 데모데이 개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농식품 펀드와 민간 벤처펀드가 결합된 후속 매칭 펀드 확대, 대형 유통망과의 전략적 상생 계약 체결 지원, 지역 농협 및 산지 가공시설과 연계한 유연한 위탁 생산(OEM)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대에 서는 28개 농촌 스타트업에 데모데이는 성장의 마침표가 아니라 시장 검증의 출발점이다.
정책 지원금이 끊긴 이후에도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민간 투자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이번 데모데이 이후 발표될 후속 투자 유치와 실질 납품 계약 성적표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