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전기료 체납으로 6개 점포에 단전이 예고되면서 입점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와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홈플러스 포천송우점, 킨텍스점, 고양터미널점, 남양주진접점, 파주운정점, 가좌점 등 6개 점포에 대해 오는 27일부터 30일 사이 단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전 예고했다. 오는 11월에는 인천송도점도 단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 전기공급 약관상 전기요금이 2개월 이상 미납되면 단전 예고 대상이 되고,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실제 공급이 중단된다.
가장 큰 피해는 매장 내부에서 임대 계약을 맺고 영업 중인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고양터미널점에는 미용실, 카센터, 세탁소, 음식점 등 점포당 10여 개 안팎의 소상공인 매장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 소방법령상 건물 전체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 비상 발전 설비나 소방 방재 시스템 작동에 차질이 생겨 홈플러스 매장 전체가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입점 상인들은 개별적으로 전기를 끌어다 쓸 수도 없어 문을 열고 싶어도 법적으로 닫아야 하는 처지다.
이들 입점업체는 전기료 체납 당사자가 아니다. 상인들은 홈플러스 측에 매달 임대료와 함께 전기료가 포함된 관리비를 정상적으로 납부해 왔다. 그러나 건물 단위로 한전에 전력이 들어가는 집단 계약 구조 탓에 본사나 점포 차원의 요금 미납 피해를 개별 소상공인이 떠안게 됐다.
홈플러스의 재정 상태를 보면 단전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 점포는 매장 면적과 냉장·냉동 시설 가동에 따라 점포당 매월 수천만 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에게 급여 일부를 분할 지급할 만큼 운영자금 고갈 상태여서 체납 요금을 일시에 갚기 어려운 형편이다.
일부 대형 거점 점포는 한전과 미납 전기료를 둘러싸고 법적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점 소상공인 보호 장치가 배제돼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형 유통사가 점포 정리나 매각 협상에 나설 때 인수 대금이나 채권단 변제 순위에는 논의가 집중되지만, 자영업자들의 임대보증금 반환이나 이전·철거 비용 보전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개월간 폐점 위기 속에 고객 발길이 끊겨 매출이 70% 이상 급락한 상태에서도 자리를 지키던 상인들은 이제 이전 비용과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불이 꺼지는 일터를 지켜봐야 할 위기다.
한전이 즉각 단전 대신 유예 기간을 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린 공과금을 정산할 본사의 현금 흐름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단전 예고와 단기 유예'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차 상인들의 관리비 납부 효력을 보장하고 단전 같은 일괄 조치 시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할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통 대기업의 자금난이 골목 상인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