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연구원이 농어촌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의 빈 차에 택배와 생활물류 배송을 결합하는 '화객 혼재 DRT' 모델을 제안했다.
충남연구원은 26일 주최한 세미나에서 공차율 58%에 달하는 농어촌 DRT의 유휴 시간과 공간에 소형 화물을 실어 운송 효율을 높이자고 밝혔다. 이는 재정 보조금에 의존해온 농어촌 DRT를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전환하기 위한 구상이다.
국내 DRT는 인공지능(AI) 배차 알고리즘과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성장했지만, 운영 대부분이 지자체 예산과 공공 입찰 사업에 묶여 시장 확장에 제약을 받아왔다. 도시 지역 DRT 공차율은 43% 안팎인 반면 농어촌은 58%까지 치솟고, 운임 수입은 전체 운영비의 13%에 불과하다.
충남연구원이 인용한 일본 돗토리현 다이센정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다이센정은 승객이 적은 오후 시간대에 유휴 DRT 차량으로 택배 배송을 병행해 2021년 기준 월 2천 개가 넘는 택배를 처리했다. 이로 인한 연간 화물 수수료 수입은 약 480만 엔으로, 여객 운임 수입 약 250만 엔의 2배에 육박했다.
국내 농어촌과 도서 산간 지역은 대형 택배사가 배송을 기피하거나 지연이 잦아 건당 3천∼5천 원의 추가 배송비가 발생한다. 농어촌 유휴 DRT가 라스트마일 배송 거점 역할을 맡으면 물류 인프라의 비효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충남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현행 자동차운수사업 법체계는 여객운송사업과 화물운송사업을 엄격히 분리해 면허를 발급한다. 승객 운송용으로 허가받은 DRT 차량에 상업용 화물을 유상으로 싣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 소지가 크다. 2025년 4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마을택시 화물운송 등 일부 실증특례를 승인했지만, 제한된 기간과 지역에 머물러 있다.
기존 운송 업계와의 이해관계 충돌과 안전 기준 마련도 과제다. 택배 화물차 기사나 퀵서비스 종사자와의 업무 중복 논란을 피하려면 지역 특산물 집하, 면 소재지 약국·마트의 생필품 심부름 등 농어촌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승객과 화물의 동시 탑승에 따른 안전사고 책임 소재와 배상 보험 체계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충남연구원은 시·군 단위 DRT와 도 차원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이 결합하고 정부가 복합 모빌리티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화객 혼재 DRT가 자립형 혁신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