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세종청사 현판.

맞춤형 패키지 제작 플랫폼 '패커티브'를 운영하는 프로보티브가 주문 중개를 넘어 제조 공장의 핵심 운영체제(OS)로 사업을 전환한다.

프로보티브는 26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딥테크 팁스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재외동포를 제외한 순수 외국인 창업자가 세운 국내 법인으로는 첫 사례다.

패키징 산업은 겉보기와 달리 극도로 파편화된 다품종 주문 생산 체계다. 브랜드마다 종이 평량과 재질, 박스 크기, 인쇄 도수, 코팅·박가공 등 후가공 조건이 제각각이다.

주문이 접수될 때마다 공장 실무자는 고객이 보낸 이메일 본문과 비정형 PDF, 일러스트레이터 파일, CAD 도면을 일일이 열어 가공성을 검토하고 원가를 계산해야 한다. 이 과정의 견적 오류와 소통 지연은 소규모 공장의 납기 지연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프로보티브는 2021년 2월 패커티브를 선보인 뒤 4000곳이 넘는 브랜드 고객의 주문을 처리했다. 2023년 일반 팁스 선정 당시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패키지 디자인 툴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디자인을 쉽게 만들어도 이를 넘겨받은 공장이 도면을 해석하고 수주를 확정하는 단계에서 병목이 생기면 전체 공급망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번 딥테크 팁스로 개발하는 기술의 핵심은 주문서와 설계 도면의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자동 분석해 제조 설비의 가공 조건과 원가 산출식에 연결하는 도면 파싱 및 수주 자동화다.

텍스트와 도면 이미지에 흩어진 박스 칼선 규격, 지류 종류, 절수 데이터를 AI가 즉각 추출해 제조 실행에 필요한 표준 데이터로 바꾼다.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계산하거나 사내 시스템에 재입력하던 반복 노동을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패키징 제조사와 공급사를 위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패커티브 원'에 탑재된다. 패커티브가 자체 플랫폼 운영을 위해 구축한 주문·정산 백엔드 시스템을 다른 공장이 구독하는 수직형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독립 상품화하는 셈이다.

공장 중심의 소프트웨어화는 해외 확장에도 유리하다. 국내 공장을 해외 바이어와 물리적으로 잇는 수출 중개는 물류비와 통관, 각국 규격 차이로 확장 속도가 제한된다. 반면 수주·견적 효율화 소프트웨어는 각국 제조 현장에 즉각 이식할 수 있다.

프로보티브는 이미 일본 현지 패키징 제조사와 기술 검증을 진행하며 현지 인쇄·가공 조건에 맞춘 데이터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공장마다 다른 장비 사양과 수십 년간 굳어진 현장 작업자의 아날로그 업무 관행을 소프트웨어 안으로 온전히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검증 과제로 남는다.

AI가 도면을 파싱하더라도 인쇄소 특유의 설비 노후도나 원자재 가격 변동,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해온 미세 공차를 오차 없이 계산해낼 수 있느냐가 도입 확산의 관건이다. 프로보티브가 추진 중인 시리즈A 투자 유치와 해외 실증의 성패도 이 기술이 실제 공장의 업무 시간과 원가 누수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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