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초기 보육자 역할을 넘어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한데 엮는 딥테크 산업 협력 주관자로 변신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7일 공시와 공식 발표를 통해 오는 11월 11일 대전 오노마호텔에서 '2026 양자산업 QX 네트워킹 포럼: 퀀텀 호라이즌'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전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테크노파크 등과 공동 수행 중인 '양자컴퓨팅 양자전환(QX) 스케일업밸리 육성 사업'의 3차년도 성과를 공유하고 산학연관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 기조발제는 트래피온스의 김태현 공동창업자가 맡아 산업화 경쟁에서의 제조 경쟁력을 짚는다. 이어 쿼드와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가 각각 초전도 나노와이어 단일광자 검출기(SNSPD)와 극저온 냉각 인프라 기술을 발표한다.
이 같은 구성은 블루포인트의 투자 행보와도 맞물린다. 블루포인트는 2022년 2월 22일 극저온 냉각·진공 기술을 보유한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에 1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6월 22일에는 광자 검출 원천기술을 가진 쿼드의 21억원 규모 프리 A 라운드에 투자사로 참여했다.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는 누적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블루포인트가 주도하는 움직임은 연구실에 머물던 국가 연구개발 성과와 원천기술을 부품 단위 스타트업으로 분사시키고, 이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측정·시험 인프라와 결합해 상용화 제품으로 끌어올리는 연결 구조를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초기 투자사가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 정책 자금과 지역 테크노파크의 실증 사업, 자체 결성한 양자 전문 펀드를 결합해 단일 스타트업의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건너게 하는 '시스템 빌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국내 딥테크 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막대한 자본과 거대 IT 기업의 생태계 장악력으로 무장한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국내 스타트업이 양자컴퓨터 본체 개발에서 전면전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초전도체 검출 센서, 극저온 케이블, 펌프와 냉각기처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축적된 정밀 제조 역량을 양자용 부품으로 전환하는 틈새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편입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협력 모델이 장기 성과로 이어지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양자 산업은 연구 성과가 대량 양산과 안정적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수년 이상 걸리는 초장기 분야다.
3년 안팎의 정부 사업 지원 주기나 통상 5~8년 수준인 벤처 펀드 만기 구조 안에서 민간 액셀러레이터가 후속 스케일업 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이 연계한 공급망 연대가 실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수출 실적으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