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삼성증권 기업금융(IB) 출신 인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며 조 단위 상장을 겨냥한 재무 체제 전환에 나섰다.

하이퍼엑셀은 27일 삼성증권 기업금융 부문 출신 김준연 전 이사를 CF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CFO는 2019년 삼성증권에 합류한 뒤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사모투자 등 자금 조달 거래를 수행해 왔다.

특히 최근까지 국내 AI 반도체 선두 기업들의 상장 자문과 투자 업무를 맡아 기술 기업의 자본시장 진입 경로를 설계한 경험을 보유했다. 삼성증권 합류 전에는 아마존에서 신사업 개발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비철금속·광석 분야 글로벌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이번 영입은 하이퍼엑셀이 시제품 검증 단계를 넘어 실제 양산·상용화 국면으로 접어든 데 따른 조치다. 칩 설계 완료 이후 공정 진입비와 마스크 비용, 메모리 모듈 확보 등에만 수천억 원대 현금이 지속해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이퍼엑셀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주영 교수가 2023년 1월 설립한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추론 연산에 특화한 가속기 'LPU'를 개발 중이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범용 저전력 D램(LPDDR5X)을 채택해 엔비디아 GPU 대비 비용을 10분의 1, 전력 소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구조를 지향한다.

회사는 삼성 파운드리 4나노미터 공정 기반 주문형반도체(ASIC) 출격을 앞두고 있다. 2024년 말 550억 원 규모 시리즈A를 마무리했고, 최근 크래프톤으로부터 유치한 500억 원 전략적 투자를 포함해 약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를 사실상 확정했다. 기업가치는 8000억 원 수준까지 올랐다.

기업가치 1조 원에 육박하는 단계에서는 국내 벤처펀드 자금력만으로 다음 라운드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후에는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와 해외 국부펀드를 아우르는 대형 메자닌 투자나 글로벌 프리IPO, 국내외 증시 직상장이 요구된다.

김 CFO의 투입은 하이퍼엑셀이 일반적인 스타트업 라운드 방식을 끝내고 IPO 실전 체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대형 증권사 ECM 출신은 상장 주관사 선정과 밸류에이션 책정, 공모 구조 설계, 기관투자자 설득 노하우를 갖춘 내부 설계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화려한 자본 조달 이력만으로 난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가 장악한 쿠다(CUDA) 생태계의 소프트웨어 장벽을 넘어 실제 고객사를 대량 확보해 지속 가능한 매출을 만들지 못하면 공모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

하이퍼엑셀의 이번 영입은 양산 자금 조달 준비를 마치고 자본시장 본선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4나노 칩의 양산 성공 여부와 김 CFO가 설계할 해외 자본 유치·상장 로드맵이 국내 시스템반도체 벤처 생태계의 향방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동행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