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전력반도체 특화단지의 핵심 앵커기업인 아이큐랩이 한국산업은행의 시설자금 대출 집행 보류로 사실상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1일 금융권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24년 9월 아이큐랩의 부산 기장군 8인치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총 600억원의 시설자금 대출을 승인하고 이 가운데 473억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지난 7월 아이큐랩 본사와 공장을 압수수색하며 허위 매출과 대출 사기 혐의 수사에 착수하자, 산업은행은 잔여 대출금 127억원의 집행을 전면 보류했다.
아이큐랩은 한국과학기술원 창업보육센터에서 출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기술을 이전받으며 국내 유일의 SiC 종합반도체기업을 표방해 왔다. 그러나 본업인 반도체 제조와 모듈 판매를 통한 현금 창출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은 아이큐랩이 중고 반도체 식각 장비 등을 사들여 대리점에 넘기는 중고 장비 매매와 수출 실적으로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장비의 실물 이동 없이 서류상으로만 거래를 돌려 매출을 부풀린 뒤 이를 기반으로 수백억원의 정책 대출과 보조금을 따낸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큐랩 측은 단순 매출 규모가 아니라 SiC 전력반도체라는 국가 전략기술의 파급력과 자체 기술력을 종합 평가받아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약정의 전제 조건인 재무 데이터의 진실성에 흠결이 생기면서 산업은행은 추가 집행 명분을 잃었다.
대출금 집행이 막히자 현장 협력업체로 유동성 위기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아이큐랩의 부산 기장 공장은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수반된 프로젝트로, 산업은행 대출금은 회사가 장비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은행이 납품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구조였다.
127억원의 잔금 지급이 막히면서 장비 업체와 인프라 시공 협력사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제때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협력사는 수천만원의 유틸리티 유지보수 대금을 받지 못해 현장에서 철수하거나, 반도체 열처리 핵심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고 설비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
부산시는 수도권에 있던 아이큐랩을 유치하기 위해 2024년 특화단지 선도기업으로 지정하고 3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팹 구축 이후 필요한 운전자본 확보 능력과 본업의 수주 실적, 내부통제 시스템은 대규모 설비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이큐랩은 수사 결과 무혐의가 밝혀지면 자금 집행이 정상화돼 양산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협력사 신뢰 붕괴와 장비 가동 차질로 양산 일정은 이미 타격을 입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