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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3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투자 유형의 기본값을 상환전환우선주(RCPS)에서 상환권이 없는 전환우선주(CPS)로 바꿨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2026년 6월 30일 서울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에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을 열고 개정 표준계약서와 해설서를 공식 발표했다.

2025년 12월 발족한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포럼을 통해 정비된 이번 표준계약서의 핵심은 상환청구권이 빠진 CPS를 계약 서식의 중심에 둔 점이다. 상환권은 투자자와 창업자가 별도로 합의할 때만 추가하는 선택 조항으로 설계했다.

그동안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는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를 이유로 상환청구권과 보통주 전환권이 결합된 RCPS를 관행적으로 요구해 왔다.

RCPS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는 자본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전환하는 순간 상환 의무 때문에 금융부채로 재분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RCPS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나는데도 수백억 원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자본총계가 깎여 자본잠식 위기에 내몰리는 회계 착시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질적 걸림돌로 꼽혔다.

상환권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CPS는 K-IFRS 기준상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상장 준비 과정의 급격한 부채비율 상승과 평가손실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

상법상 상환청구권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행사할 수 있어 연구개발 투자로 적자를 내는 초기·성장기 스타트업에는 실효성이 떨어지면서도 부채 부담만 안기는 모순이 있었는데, 기본 계약 틀을 바꾸며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후속 다운라운드에서 창업자의 경영권을 위협하던 리픽싱(전환가격 조정) 방식도 손질됐다. 기존에는 신규 라운드의 낮아진 발행가격을 그대로 기존 투자자의 전환가격으로 적용하는 풀래칫(Full-Ratchet) 방식이 자주 쓰였다.

이는 신주가 몇 주만 낮은 가격에 발행돼도 기존 투자자 물량 전체의 전환단가가 급락해 창업주와 초기 주주의 지분율이 대폭 희석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개정안은 신규 발행 주식 수와 발행 가격을 기존 발행주식 총수와 함께 반영하는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계약서 체계도 글로벌 수준에 맞춰 재편됐다. 주식 취득과 주주 간 권리의무가 뒤섞여 32종에 달했던 통합형 계약서를 지분매매계약(SPA)과 주주간계약(SHA)으로 분리하고 5종 체계로 단순화했다.

신규 투자 라운드가 열릴 때마다 기존 계약 전체를 다시 수정해야 했던 비효율을 없애고 해외 기관투자자의 참여나 플립(해외 법인 전환)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조치다.

소수 투자자 한 명의 거부로 후속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 등 중요한 경영 판단이 멈추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전동의권 행사 방식도 투자자 전원 동의에서 라운드별 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치는 집합적 동의 방식으로 바꿨다.

상장 실패 시 투자금을 물어내도록 강제하던 IPO 의무 조항은 결과 의무에서 상장을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다해야 하는 최선 노력 의무로 완화됐다. 증시 침체나 업황 악화 같은 외부 환경으로 상장이 미뤄졌을 때 창업자가 계약 위반 책임에 몰리는 상황을 방지한 것이다.

2025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에 맞춰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창업자 개인에게 회사의 계약 위반 책임을 묻는 제3자 연대책임도 원칙적으로 배제하도록 조항에 못 박았다.

다만 이번 개정이 곧바로 스타트업의 회계 리스크와 불리한 계약 조건을 완전히 걷어내는 것은 아니다. 정부 표준계약서는 강제 규범이 아니라 협상의 출발선 구실을 하는 권고안이기 때문이다.

혹한기를 겪는 벤처투자 시장에서 자금 조달 우위에 있는 투자자가 여전히 상환권을 요구하거나 가중평균 리픽싱을 거부할 경우 창업기업이 이를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회계상의 복병도 남아 있다. 투자 구조를 CPS로 전환하더라도 후속 투자에서 주식 발행가격이 낮아질 때 전환가격을 깎아주는 리픽싱 조건이 있으면 해당 전환권 부분이 K-IFRS상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단순히 주식 명칭이 CPS라는 사실만으로 자본 인정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표준안이 시장에 실질적 변화를 일으키려면 모태펀드 출자 사업 등 정책금융 지원 시 개정 표준계약서 준수 여부를 적극 반영하고, 투자 라운드 초기부터 창업자와 투자자가 회계 분류의 구체적 조건을 검토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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