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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장내시경 인공지능(AI)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가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의료기기 규제 장벽을 넘었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슈드(TUV SUD)는 지난 10월 29일 소화기내시경 AI 전문기업 아이넥스코퍼레이션이 개발한 대장내시경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에나드 캐드엑스'에 대해 유럽 의료기기 규정(CE MDR) 적합성 평가를 완료하고 인증서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EU가 2021년 5월부터 기존 지침(MDD)을 대체해 전면 도입한 MDR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의 등급 분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엄격한 다기관 임상 평가와 시판 후 임상 추적(PMCF), 위험관리·품질 시스템을 요구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중소 의료기기 기업이 유럽 진출을 포기하거나 출시를 미뤄왔다.

이번 인증의 의미는 에나드 캐드엑스가 수행하는 기능의 난이도에 있다. 단순히 이상 조직을 찾아내는 검출 보조(CADe) 단계를 넘어, 발견된 병변이 선종·신생물인지 과형성 용종인지, 암 전구 단계인 무경성 톱니모양 병변인지를 세 가지 유형으로 실시간 감별하는 진단 보조(CADx)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다.

아이넥스는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객관적 임상 데이터로 돌파했다. 회사는 2025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 지정에 이어 같은 해 9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통과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와 부산대학교병원 등 국내 4개 상급종합병원 내시경 전문의 35명이 참여한 다기관 연구에서는 AI 보조 시 의료진의 고확신도 진단 정확도가 기존 78.3%에서 89.8%로 상승하고 의사결정 시간이 단축된다는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번 성과를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겪어온 '수익화와 규제 병목'을 해소하는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한다. 국내 다수 의료 AI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허가를 취득했음에도 건강보험 급여 진입의 구조적 한계와 협소한 내수 시장 탓에 매출을 일으키지 못해 자금난을 겪어왔다.

기존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 7개국에서 인허가를 확보했던 아이넥스는 이번 CE MDR 인증으로 27개 EU 회원국 전역의 병원 네트워크와 현지 대형 유통망을 상대로 상용화 판로를 열게 됐다. 2026년 4월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 등으로 쌓은 공공 레퍼런스도 유럽 각국 공공 보건의료 시스템 진입 시 신뢰도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MDR 인증 획득이 곧바로 현지 매출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의료 시장은 국가별로 수가 체계와 조달 구조가 상이하고 올림푸스·후지필름 등 글로벌 내시경 하드웨어 제조사의 지배력이 견고하다. 인증 이후에도 사후 시장 감시(PMS) 데이터 보고와 버전 업데이트에 따른 추가 심사 부담이 뒤따른다. 아이넥스가 규제 통과 성과를 현지 유통 파트너십 구축과 국가별 수가 진입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해 흑자 사업 모델을 증명할지가 후속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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