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모 샴푸를 라인업에서 과감히 빼고 잔류형 두피 관리에 집중한 뷰티테크 스타트업 리필드가 연 매출 100억원을 넘기고 미국 최대 뷰티 유통망인 얼타뷰티 600개 매장에 진출했다.
두피 케어 브랜드 리필드를 운영하는 콘스탄트의 정근식 대표는 2일 20대 탈모 투병 경험과 데이터 기반 제품 고도화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 온 성과를 공개했다.
리필드는 올해 4월 미국 전역 얼타뷰티 매장 600곳에 입점했다. 이어 3분기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누적 제품 판매량 135만 개를 넘어섰다.
기존 K-뷰티 탈모 시장은 기능성 샴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씻겨 나가는 세정제 특성상 실질 효능에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콘스탄트는 씻어내는 행위만으로는 두피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탈모 샴푸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얼굴 피부를 관리하듯 두피에 영양을 공급하고 흡수시키는 잔류형 제품군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올해 8월 두피 세정에만 집중한 클렌저를 선보이고, 세정 후 두피에 직접 도포하는 토닉과 고농축 앰플을 핵심 매출원으로 육성했다.
회사는 화장품에 앞서 인공지능(AI) 기반 두피 스캐너를 먼저 개발해 무료 배포하고 구독 모델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700만 건 이상의 두피 데이터가 제품 전환의 나침반이 됐다.
의료진과의 공동 연구도 차별화의 핵심 축이었다. 정근식 대표는 서울대 의대 출신 탈모 전문의인 양미경 박사를 1년 동안 설득해 공동 창업자 겸 최고연구책임자로 영입했다.
두 사람은 세포 내 칼슘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독자 물질 cADPR의 상용화 공급망을 직접 구축했다. 지난 9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화장품학회에서 cADPR 퓨전 엑소좀의 모낭 도달 및 모발 성장 유전자 발현 조절 연구를 발표하는 등 학술적 검증도 이어갔다.
타깃 고객층에 대한 발상 전환도 성장을 견인했다. 창업 초기에는 20~30대 남성 탈모 환자가 핵심 구매층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구매 데이터 분석 결과 20~30대 여성과 50~60대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탈모가 심각하게 진행된 뒤 치료제를 찾는 층보다 얼굴 피부처럼 두피를 미리 관리하려는 예방 수요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브랜딩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미국 얼타뷰티 진출은 이러한 두피 케어 방식이 글로벌 현지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분수령이다. 미국 등 서구권은 매일 머리를 감지 않거나 드라이 샴푸를 즐겨 쓰는 소비자가 많아 샴푸 직후 사용하는 기존 한국식 관리법이 그대로 통하기 어렵다.
콘스탄트는 취침 전이나 아침 헤어 스타일링 전에도 사용하는 일상적 루틴으로 접근 방식을 바꿨다. 전분 성분과 연구 논문을 직접 대조해보는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3분기 얼타뷰티 온·오프라인 판매량을 전월 대비 세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이익을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얼타뷰티 600곳 입점은 광범위한 초기 노출을 보장하지만, 현지 매장 내 재고 회전율과 재구매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높은 유통 비용과 반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자 성분의 기술적 차별성을 광고 규제가 엄격한 해외 시장에서 법적 리스크 없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콘스탄트는 현재 영국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9월 이마트 트레이더스 전국 24개점, 10월 뷰티컬리 공식 입점 등 온·오프라인 채널 다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