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람축산식품부 세종청사.

정부가 가을배추·무 가격 폭락에 대응해 역대 최대인 640억 원을 투입하지만, 정작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유통망이 누릴 온기는 얕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3일 합동으로 11월 9일부터 12월 6일까지 추진하는 '2026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와 농어가 소득 지지를 내세웠지만, 지출의 중심축이 대형마트 등 거대 유통망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대책은 산지 폐기 대신 재정을 투입해 가계 소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 도매가격은 평년 대비 약 37%, 가을무는 약 31% 급락했다. 가을배추 생산량은 전년보다 18.5% 늘어난 121만 4000톤, 가을무는 11.1% 증가한 37만 2000톤에 달했다.

당국은 산지에서 1만~2만 톤을 폐기해도 시세 지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소비 물량을 늘리는 할인 보조로 방향을 틀었다.

640억 원의 배분 구조는 대형 유통에 쏠려 있다. 농산물 할인 지원 440억 원 가운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형 유통업체 할인 행사에 400억 원이 직접 배정됐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점포에서 쓸 수 있는 농할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은 40억 원(발행액 기준 200억 원)에 그쳤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200억 원 규모의 대한민국 수산대전 김장 특별전도 대형 온·오프라인 채널 56곳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부 보조금 20%에 자체 할인을 더해 최대 40~50%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마트는 절임배추와 돼지고기, 양념 채소를 묶은 기획전으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반면 가격 매칭 여력이 부족하고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취약한 골목 식자재마트나 전통시장 채소 가게는 손님을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농할상품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4배 늘었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설치와 선착순 쿠폰 구매 절차를 거쳐야 해 고령층 고객과 상인들의 접근 장벽은 여전히 높다.

김장 수요 자체도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가정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비율은 58.6%로 전년(64.2%) 대비 5.6%포인트 하락했다. 4인 가구 기준 김장 규모는 23.4포기로 전년과 비슷했지만, 김장배추 전체 수요는 58만 3000톤으로 전년보다 9.1% 급감했다.

1~2인 가구 증가와 식생활 서구화, 포장김치 선호로 이른바 '김포족'(김장 포기 가구)이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는 단기 할인 쿠폰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이번 대책이 포장김치 제조업체나 대형 유통업체에 쏠리는 소비 패러다임을 바구니 물가 수치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풍작에 따른 농가 피해를 막으려면 대형마트 매대 지원보다 김치 제조 스타트업과 로컬 가공 기업의 원료 매입 지원, 골목상권과 소규모 외식 자영업자의 직거래 물류·유통 연계망 지원으로 예산을 다변화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64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이 풀렸음에도 골목상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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