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부품 공급 중단을 위협해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부품업체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부품업체 J, K, L, O 주식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들 업체는 스마트기기에 쓰이는 무선주파수 프런트엔드(RFFE)와 커넥티비티 부품의 일종인 중·고대역 PAMiD, 와이파이·블루투스 콤보, 독립형 위성측위시스템(GNSS) 부품 시장에서 세계 1위 사업자다.
이들은 스마트기기 제조사 U가 2019년 9월 플래그십 스마트폰 일부 모델에 경쟁사 BF의 부품을 채택하자, 2020년 2월부터 U의 부품 구매주문 승인을 중단하고 선적과 기술지원, 생산을 멈추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이에 U는 2020년 3월 이들 업체와 장기계약(LTA)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U가 일정 금액 이상의 부품을 구매하고, 구매액이 약정 금액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2023년 10월 6일 이 같은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U에 불이익을 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 업체가 핵심 부품 시장 1위 사업자였고 U가 부품 대부분을 이들로부터 구매하고 있어 장기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U가 부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전환 비용이 드는 점도 거래상 지위를 인정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장기계약의 최소구매 및 차액배상 약정으로 U의 부품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됐고, 경쟁사 부품 채택 계획이 취소·축소되는 등 부담이 발생했다고 봤다. 계약 체결 과정에 U의 자발적 의사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고, 불이익을 상쇄할 이익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들 업체가 부품 공급을 임의로 중단하는 이례적 수단으로 계약을 강제했고, 경쟁 업체의 거래 기회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정상적 거래관행을 벗어나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