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가 시드 투자한 푸드테크 기업 팥알이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고부가가치 의료용 식품 시장에 진출한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3일 팥알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혁신소상공인 투자연계 지원사업(LIPSⅡ)의 스케일업 립스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팥알은 이번 선정으로 정부에서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는다.
LIPSⅡ는 공인된 민간 운영사가 유망 기업에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투자금의 최대 3배 범위에서 사업화 자금을 얹어주는 방식이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세종창경 창업혁신 투자조합 4호를 통해 팥알에 1억원을 먼저 집행한 뒤 스케일업 립스로 연계해 추가 2억원의 보조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 2년 차 미만 초기 기업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3억원의 초기 사업 자금을 단기간에 마련한 셈이다.
2024년 2월 설립된 팥알은 국산 팥과 전북 군산 지역 하영콩을 원료로 고령친화 단백질 음료 '올고담'을 선보이며 사업을 시작했다. 설립 초기에는 연하 곤란을 겪는 노년층의 영양 섭취를 돕는 프리미엄 두유에 집중했다. 지역 농가와 사전 납품 약정을 맺어 비린 맛을 줄인 국산 특화 품종 하영콩 공급망을 확보해 원물 수급 안정성을 높였다.
다만 일반 고령친화 가공식품은 유통 채널 진입 장벽이 낮고 대기업 저가 공세에 노출되기 쉽다. 팥알이 이번 자금으로 경관식(RTH·Ready To Hang) 형태의 메디푸드 개발에 착수하는 이유다. 튜브나 카테터 등 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경관식은 세균 오염 방지 용기 설계, 엄격한 삼투압과 점도 조절, 질환별 영양 기준 충족 등 고도의 제조 공정과 임상 검증이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수의료용도식품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메디푸드 시장은 환자 맞춤형 설계와 병원·요양시설 등 기업 간 거래(B2B) 유통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진입은 까다롭지만 공급선이 형성되면 대체가 어렵고 마진율이 안정적이다. 팥알은 지역 농산물 브랜딩에 머물지 않고 의료 현장에서 실제 처방·활용되는 임상 영양식으로 제품군을 끌어올려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례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정책 펀드의 초기 기업 육성 방식 변화를 보여준다. 소프트웨어나 바이오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는 팁스(TIPS)가 마중물 역할을 해왔지만 로컬 식음료 기업은 연구개발(R&D) 지표 충족이 까다로워 정책 자금 연계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잦았다. 생활·로컬 분야에 특화된 립스(LIPS) 제도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연구개발 중심의 기능성 메디푸드로 환류시키는 경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메디푸드 시장 안착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용 영양식 시장은 대상웰라이프, 정식품, 매일유업 등 제조 설비와 대규모 임상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 식품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다. 병원·요양원 납품망은 기존 유통사와의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어 신규 업체 침투가 쉽지 않다. 무균 백 포장 기술이 필수적인 경관식은 초기 생산 라인 설비 투자 부담이 크거나 외주 생산(OEM) 과정에서 원가율이 급상승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팥알이 확보한 립스 지원금을 바탕으로 의료 현장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인증과 유통망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축하느냐가 사업 전환의 성공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