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장애인인 외삼촌을 협박해 82차례에 걸쳐 39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조카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8일 공갈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외삼촌이자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인 B(47) 씨가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입금되는 통장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금품을 갈취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2021년 11월 23일 B 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돈을 주지 않으면 집 물건을 다 때려 부수고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B 씨를 우체국으로 데려가 통장과 비밀번호를 받아 230만원을 이체했다.
이후 2025년 6월 30일까지 총 82회에 걸쳐 합계 3942만8100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쟁점은 범행을 포괄일죄로 볼지, 경합범으로 나눠 볼지였다. 원심은 2023년 1월부터 약 1년간 A 씨가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을 두고 범의가 단절됐다며 범행을 두 부분으로 나눠 별도로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일한 피해자에 대해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 범행을 반복한 경우 포괄일죄가 될 수 있다"며 범의의 단절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 씨가 수사기관에서 "교도소에서 피해자에게 전화해 돈을 이체하도록 부탁했다"고 진술한 점, 가석방 직후인 2024년 2월 2일부터 곧바로 유사한 범행을 재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가 장애인으로 범행에 취약한 특성까지 고려하면 수감 기간만으로 범의가 단절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포괄일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상고이유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학대 관련 범죄와 함께 선고해야 하는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부분도 전부 파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