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헬스케어 딥테크 스타트업 5곳이 스탠퍼드 대학병원 등 미국 대형 의료기관과의 임상 데이터 이용 및 규제 검증 절차에 착수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DHP)와 미국 진출 전문 액셀러레이터 아웃썸은 6일 실리콘밸리 부트캠프 2기 현지 일정을 마치고 참가 기업들이 이 같은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울바이오허브와 기술보증기금이 추진하는 글로벌 진출 성장 가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9일부터 3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2주간 합숙 형태로 진행됐다.
참가 기업은 엠에이아이티, 하해호, 포어텔마이헬스, 벨테라퓨틱스, 세븐포인트원 등 5곳이다.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프리시리즈A와 시리즈A 단계 기술 기업들이다.
이들은 영아 고관절 이형성증 진단, 액체생검 기반 암 조기진단, 치매 고위험군 선별 등 병원 현장 데이터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DHP와 아웃썸은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 프로그램이 전시성 데모데이나 일회성 미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부트캠프는 미국 의료 데이터 접근을 위한 실무 절차로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영아 고관절 이형성증 인공지능(AI)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엠에이아이티는 스탠퍼드 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와 데이터 이용계약(DUA) 및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에 따른 업무 수탁자 계약(BAA)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BAA는 환자의 식별 가능한 민감 의료 정보를 안전하게 다루는 법적 안전장치로, 외국 스타트업이 미국 대형 병원과 협력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요건이다.
엠에이아이티는 미국의 대형 통합 의료 시스템인 카이저 퍼머넌테와도 임상 연구 협력 논의를 위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에 합의했다.
현지 벤처캐피털과의 접촉도 사업성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월 23일 글로벌 로펌 윌머헤일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열린 투자 라운드테이블과 10월 27일 네트워킹 디너에는 노보홀딩스, LG테크놀로지벤처스, 퓨파벤처스, 퓨전펀드, 리버우드캐피털 등 18개 현지 투자사 관계자가 참여했다.
투자자가 관심 분야를 먼저 밝히는 리버스 피칭 방식과 현장 모의 투자 배분을 적용해 현지 시장 관점에서 기업의 임상 가치를 평가받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포어텔마이헬스, 세븐포인트원, 엠에이아이티 등 3개사는 공식 일정 종료 후에도 현지 투자사들과 개별 후속 미팅을 이어가며 투자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참가 기업들은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혁신 프로그램인 스탠퍼드 바이오디자인과 협력해 병원 현장의 문제를 먼저 정의하는 방법론을 익혔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본사 헬스케어 부서와 기술 연계 방향도 논의했다.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서 활동해온 선배 창업자들과의 멘토링은 한국 진료 환경 기준으로 설계된 제품을 미국 병원 업무 흐름에 맞춰 재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이번 규제 준수 절차 착수와 예비 논의가 최종적인 미국 시장 안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비밀유지계약이나 데이터 이용 협약은 임상 연구의 출발선일 뿐이다.
실제 대규모 전향적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획득과 보험 수가(CPT 코드) 등록까지 완주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대형 병원의 보수적인 구매 절차와 시스템 통합 장벽을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유효한 임상 결과를 내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았다.
